‘전공의 사직’ 처리 디데이…사직 시점 ‘셈법·갈등’

정부 “행정명령 철회한 6월2일 사직처리 방침”
서울의대 교수들 “수리일자, 전공의 의사 존중해야”

입력 : 2024-07-15 오후 3:12:3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 수리 마감시한으로 정한 15일에도 전공의 복귀는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직 시점을 놓고 정부와 전공의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 수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를 사직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방침대로 6월 이후로 사직서가 처리될 경우, 지난 2월부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부로서도 사직 처리 시점이 2월이 되면, 앞선 행정명령이 부당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수련병원들도 대부분 지난주 공지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복귀나 사직 의사를 명확히 밝혀줄 것을 알렸습니다. 오는 17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에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처리에서도 정부의 ‘일방통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공의를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뿐더러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진료공백은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위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하고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례도 마련했지만, 이런 조치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고 그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바란다면 애초에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시한을 정해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세우고,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를 전공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공의 95% 복귀의사 없어”
 
이들은 정부가 전문의·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전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인력과 재정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국가 지원을 강화해서 병원들이 각 기능에 맞게 구조 전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수가와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그렇지만 당장 비상진료체계를 위한 재정조차 마련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문의 중심,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인력은 어떻게 채우고 이에 필요한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 계획이냐”며 “경증, 중등증 질환을 가진 국민에게 상급종합병원의 이런 구조전환에 대한 동의를 먼저 얻을 계획을 마련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민관 협의체인 의료개혁특위 정책에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만들어졌던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당시 마련된 정책들도 지금과 유사한 내용이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들이 사직 처리 시한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지방 전공의들이 ‘빅5’ 병원 등 서울지역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권역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하은진 서울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권역 제한을 풀게 되면 지역에 있는 전공의 일부는 빅5 병원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빅5 때문에 이런 정책들이 고려되고 있는 건데,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게 적합한 방침인지, 정책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세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사직 전공의들 중 95%가량은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을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사직서를 수리하고 9월 추가 모집을 한다고 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이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에 즈음하여 보건복지부와 수련병원장들에 드리는 권고문’을 내고 “복지부는 수련병원에 가해질 각종 불이익을 언급하면서 수련병원장들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며 “개별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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