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제' 쓰나미 몰려온다

EU에 '역외기업 차별 금지' 입장 전달
'자국주의' 통상환경 지각변동은 불가피
CBAM, 철강업 쇼크…공짜 배출권 부메랑

입력 : 2024-07-18 오후 5:20:0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래의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 때문에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려는 기업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측 관계자가 던진 호소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국들이 기후위기에 따른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면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중소·중견 기업들로서는 위기이자 고용 악화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범부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작업반 제5차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협의 결과를 공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광양제철소)
 
역외기업 차별 말라…통상 변화는 불가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정책 토론회 하루만인 18일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범부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작업반 제5차 회의를 연 것도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대표단(심진수 산업부 신통상전략지원관 등)을 꾸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파견하는 등 탄소국경조정제(EU CBAM) 관련 협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입장을 전달하는 등 EU의 CBAM이 역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기본값 활용, 민감정보 보호, 인증서 요건 등 우리 업계의 구체적인 우려사항도 전달했습니다.
 
CBAM은 전환 기간인 내년까지 배출량 보고만 하면 되나 2026년에는 배출량 검증, CBAM 인증서 구입, 제출 의무가 부여됩니다. CBAM은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경우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의 비용을 내는 일종의 탄소 관세 제도입니다.
 
EU 측은 "우리 정부·업계의 적극적인 소통이 효과적인 제도 운용에 기여하고 있다"며 우리 측 의견을 향후 제도 개선 시 적극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는 게 산업 측의 설명입니다.
 
산업 경쟁력 뒷받침 요구…지원체계 법제화
 
정부 입장은 EU와의 CBAM 협의 등 후속 대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나 통상환경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때문에 수출 중소·중견 기업들로서는 산업 경쟁력을 선점하고 뒷받침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을 포함한 관련 지원에 대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U CBAM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국 국가 보안법·투자법(NSIA),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까지 보호무역주의와 주요국의 탄소중립 신산업 선점, 자국 내 제조기반 구축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탄소중립산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입니다. 탄소중립산업법은 국내 탄소중립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율적인 지원체계 마련 및 조세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는 관련 지원이 미미해 국내 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유럽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입법 대응이 절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병내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업계·관계부처 협의를 바탕으로 후속 대응방안을 구체화하고 유럽연합에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등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우리 기업에 차별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범부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작업반 제5차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협의 결과를 공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출처=기후솔루션)
 
탄소 무방비 '철강업계'…공짜 배출권 '문제'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 중 CBAM의 타격이 큰 분야로는 국내 철강업계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분석한 시나리오를 보면, EU CBAM에 따라 철강업계가 부담할 탄소배출 대가는 연간 191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행 배출권거래제(ETS)의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탄소집약적의 수출 비중이 큰 산업에 대해 무상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습니다. 철강 기업들이 사실상 '공짜 배출권'으로 돈까지 버는 등 배출권거래제가 산업 감축 부진에 이어 무역 관세를 통한 실제 사업 타격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배출권거래제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배출권의 가격은 EU 배출권 가격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000원대입니다. 싼 배출권의 가격으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기보다 배출권을 사는 쪽으로 선택을 한다는 겁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 2015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산업부문의 배출량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CBAM 품목 EU 수출량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톤, 철강 제품은 22만톤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기후솔루션 측은 "CBAM 철강 제품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EU CBAM 철강 제품에 대한 인증서 비용으로 2040년 연간 약 1900억원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제조의 핵심 자재 평판압연의 CBAM 인증서 비용은 2040년까지 제품 톤당 최대 86만7719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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