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이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면서 정작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사후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 내부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가 전날(20일) 김 여사를 중앙지검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앙지검은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청탁금지법위반 등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다"며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20일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형사1부는 최재영 목사가 전달한 명품백 수수 의혹을 각각 수사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이날 새벽 1시20분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이뤄진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소환조사가 이 총장과 대검찰청에는 사전 보고와 협의가 없었다는 겁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앙지검은 전날 김 여사 조사가 끝나가는 시각에 대검으로 비공개 조사 사실을 사후 통보했습니다. 이른바 '패싱논란'이 재발한 겁니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5월 중앙지검장 인사 때 한 차례 패싱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주변과 관련한 5건의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은 이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중앙지검이 이 총장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말입니다. 중앙지검은 명품백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소환조사했지만, 이 총장과 대검엔 사전 보고와 협의를 하지 않은 겁니다.
이러다 보니 이 총장은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를 중앙지검 외부 장소로 소환해 조사한 것은 특혜 의혹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김 여사 사건 처리를 두고 향후 검찰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는 등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한편, 전날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는 최재영 목사의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국민묘지 안장 청탁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고 최 목사가 전달한 명품백에 대해서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