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DSR 강화에 울상

DSR 2단계 시행 시 2금융 매력 떨어져
영업력 정상화 발목 우려

입력 : 2024-07-23 오후 1:47:4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저축은행에도 불똥이 튈 전망입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은행보다 줄어드는데요. 현재는 저축은행업계가 건전성 개선을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지만, 향후 영업력 확대 전환 때는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됩니다.
 
전날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DSR 내실화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돈을 빌리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입니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이 비율이 은행의 경우는 40%,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는 50%로 제한됩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차주가 상환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50% 이내로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스트레스 DSR은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입니다.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제2금융권의 주담대 한도가 은행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DSR은 은행 40%, 2금융권 50%로 차등 적용 중입니다.
 
통상적으로 주담대 한도는 2금융권이 더 높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면 차등 규제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주담대 만기는 은행의 경우 40년이고 원래는 최장 50년까지도 설정이 가능합니다. 반면 2금융권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30년으로 제한됩니다.
 
게다가 은행권은 2금융권보다 조달금리가 낮은 데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스 DSR 1단계 시행 때는 은행에만 가산금리를 적용했지만, 이제는 2금융에도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고삐를 죄면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한도가 줄어드는 등 영업 어려움에 부딪힐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은행권보다 주담대 한도 낮아
 
그러나 문제는 저축은행이 영업력을 강화하며 자산 불리기에 나설 때입니다. 지금은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상승 때문에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4.18%입니다. 그 중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96%로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보다 4.79% 포인트 늘었고 8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더해지면서 현재 저축은행은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습니다.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여수신 규모를 줄이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입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여신 잔액은 99조9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수신 잔액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은 101조9185억원으로 11.0% 줄었습니다.
 
저축은행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예·적금 등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 등 여신 영업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감소했고 여신 기준도 강화되면서 수익 여력이 줄었습니다. 건전성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면 다시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2금융권의 주담대 대출한도가 은행보다 작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차주의 대출한도는 적용 금리와 만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열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이러한 우려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업권별 특성을 고려한 주담대 만기의 개선 필요성 및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금 기조 대로라면 대출 영업을 확대하려 할 때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장의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연체율 등을 줄이며 내실을 다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축은행은 연체율 등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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