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 기자] 쪽방촌 거주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질병 등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조사됐습니다. 그럼에도 10명 중 2명은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고, 10명 중 4명은 한 달 평균 의료비를 묻는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공공의료 혜택이 늘면서 의료급여 수급자도 증가했지만, 비급여 진료 부담 등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 가운데 쪽방촌 거주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년 '건강악화'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4년 첫 조사에서 쪽방촌 거주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건강악화(39.0%) △외로움(24.2%) △경제적 불안감(17.4%) △무료함(6.9%) 등이었습니다. 2023년 조사에선 △질병 등으로 인한 건강악화(59.6%) △가족 간의 불화나 문화활동 소외 등에 의한 외로움(27.4%)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는 무료함(10.2%) △쪽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노숙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8.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쪽방촌 거주자들이 느끼는 세부적인 걱정거리도 변했으나 건강에 대한 고민만큼은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겁니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는 더 크게 늘었습니다. 쪽방촌은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도 쉽지 않아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더 취약한 탓입니다. 실제로 '가장 큰 고민은 건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이전까지는 30~40%대였으나 2020년 이후로는 가파르게 상승, 2023년엔 59.6%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촌 거주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접근성이 취약한 실정입니다.
우선 10명 중 2명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사 항목 중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5년 22.6% △2016년 16.8% △2017년 21.0% △2018년 20.2% △2019년 26.3% △2020년 17.5% △2021년 18.5% △2022년 20.3% △2023년 28.4%였습니다.(2014엔 해당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특히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병원을 가지 못한 이유'를 다시 물어본 결과,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가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75.7% △2017년 70.3% △2018년 70.2% △2019년 70.4% △2020년 67.3% △2021년 73.4% △2022년 71.9% △2023년 81.4%로 집계됐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돈이 없어서 몸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는 겁니다.
아울러 10명 중 4명 이상은 의료비 지출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 달 평균 의료비를 묻는 질문에 '의료비 지출이 없다'라고 답한 비율은 △2014년 42.5% △2015년 43.1% △2016년 54.8% △2017년 47.1% △2018년 52.8% △2019년 53.9% △2020년 52.3% △2021년 44.3% △2022년 45.5% △2023년 41.7%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 13일 서울역 인근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부속 의원에서 쪽방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신태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