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박창욱 기자] 쪽방촌 거주자들이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일까요.
실태조사를 했더니 바퀴벌레나 모기 등 해충이 제일 괴롭다는 응답률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해충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열악한 위생환경은 이를 고통으로 다가오게 합니다. 특히 쪽방촌은 여름철 찜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덥고 습해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키웁니다.
화장실 숫자가 부족해 용변을 처리하기 불편하며 취사장과 샤워장 또한 적어 밥을 먹거나 씻기 힘들다는 답변 비율도 높았습니다. 쪽방촌 건물 구조상 사생활 보호가 미흡하다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이 중엔 '주거환경 관련 불편한 점'이라는 항목도 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이 지내면서 무엇이 불편한지 물은 결과입니다.
2014년 조사에서 가장 많은 불편함은 △샤워장 부족·불편(24.6%) △취사나 주방 부족(16.4%) △화장실 부족·불편(15.8%) △사생활 보호 미흡(12.2%) △난방·누수·습기(10.2%) △해충(6.2%) 등의 순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2023년 조사에서는 '해충'이 27.3%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어 △화장실 부족·불편(27.2%) △취사나 주방 부족(25.4%) △샤워장 부족·불편(17.2%) △사생활 보호 미흡(14.3%) △난방·누수·습기(14.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바퀴벌레나 모기 등의 해충이 가장 불편하다는 응답률이 2014년 6.4%에서 2023년에는 27.3%로 껑충뛰어오른 겁니다.(단, 2014년 조사는 단수응답이었습니다. 2015년~2023년 조사는 복수응답입니다.)
10년 사이 해충 문제가 가장 큰 불편함으로 대두된 배경엔 기후 온난화가 자리합니다. 전반적으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해충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번식력도 증가한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특히 쪽방촌은 주거환경이 낡고 비위생적입니다. 하나의 건물에 여러 가벽을 세워 방을 쪼개놓은 특성상 여름철이 되면 찜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덥고 습합니다. 해충이 자라기엔 최적의 환경인 겁니다.
취재팀은 한여름 쪽방촌 실태를 경험하고자 지난 6월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 동안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방을 구해 쪽방촌 체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1평 남짓한 방에서 지내는 동안 숱하게 많은 해충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쪽방에서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쪽방촌 거주자들이 느끼는 또 다른 불편함은 화장실입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쪽방촌 내 건물 가운데 화장실이 있는 비율은 80%대에 그쳤습니다. 쪽방 건물 10곳 중 2곳은 화장실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쪽방촌에서 말하는 화장실은 흔히 생각하듯 독립된 공간에 변기가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건물 어디든지 변기만 있다면 화장실로 인정됩니다. 취사장과 세면장, 변기가 뒤섞인 곳도 화장실로 간주됩니다. 또 2개층 이상의 건물에 단 하나의 변기라도 있으면 화장실이 있는 걸로 인정됩니다. 변기 하나를 사용하려고 여러 명의 거주자가 한꺼번에 몰릴 수밖에 없고, 위생상태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일부 거주자들은 아예 쪽방촌이 아닌 다른 곳의 화장실을 찾기도 합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화장실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해충과 화장실 문제가 쪽방촌 거주자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쪽방촌 화장실은 공용이고 개인 위생시설도 없다"며 "해충도 거주자 혼자서 자기 방을 방역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청이나 구청이 나서서 도배하고 수리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쪽방이라는 주거형태가 없어져야 근본적으로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태현·박창욱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