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찾은 국회…주민들 "엔간히 더워야 살지"

국회 복지위원장 박주민 의원 등 복지위 소속 10명 돈의동 현장점검
거주자, 폭염 고통 호소…박주민 "사각지대 많아…입법 검토하겠다"

입력 : 2024-07-24 오후 6:03:51
[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엔간히 더워야 살지. 하도 더위서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에어컨 달아줘."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현장 점검하려고 골목을 돌 때 의원들과 마주친 쪽방 거주자 A씨가 별안간 소리쳤습니다. A씨는 골목길을 계속 걷는 의원들 등뒤로 "선풍기 틀어도 덥다"고도 외쳤습니다.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의원으로 이뤄진 10명 복지위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한여름 쪽방촌의 폭염대책과 쪽방 거주자들은 거주환경을 살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왼쪽)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 의원 등 복지위원들은 돈의동 쪽방촌에 도착한 직후 쪽방상담소를 찾아 쪽방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복지위원들에게 "쪽방으로 지정되지 않은 사각지대도 쪽방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거주자 B씨는 "더워도 참고 사는 것"이라며 "디스크와 협착증처럼 아픈 곳이 많아 거동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돈의동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돈의동 쪽방 건물 85개동 중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은 약 65개동입니다. 설치 대수는 약 130대로, 이 중에서 서울시는 95대이고 나머지는 집주인 설치입니다.
 
아울러 이번 현장 점검에서는 안전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단층이나 2층 건물을 임의로 3층이나 4층으로 늘린 쪽방 건물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 대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쪽방촌 골목 중에 좁은 곳들은 소방차가 들어오기도 힘듭니다. 상담소 관계자는 "거주자들에게는 불이 나면 나와서 신고를 하라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이동현 활동가는 "주거기본법에는 장애인 등 주거필요계층이 있는데 노숙인이 빠져있다"며 "노숙인 등이 들어가는 게 근본적 대책이라 생각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은 만 3년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간 건물주들은 전입신고 안 받는 방식으로 퇴거하고 있다. 신속한 시행을 통해서 내쫓기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의원은 쪽방촌 현장점검 이후 <뉴스토마토>와 만나 "여기도 정말 생활하기가 열악해 보이는데, 이곳이 그나마 상태가 나은 곳이라고 해서 놀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악한 것 같고 근본적인 대책들을 좀 마련해 나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쪽방에 대한 기준 자체가 아예 없다 보니까 당연히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문제들을 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제안받은 몇 가지 입법과제를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연중 기획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14일자 <(쪽방촌 여름나기)②(단독)쪽방촌 온도지도 그려보니…주변보다 실내온도 3.7도 높아>, 7월3일자 <(못 떠나는 쪽방촌)①쪽방의 익숙함, 길들여진 외로움>, 7월24일자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①(단독)기초수급자 비중 8년새 54%→74%> 기사 등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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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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