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출로 이익 본 카드사, 연체율 관리 관건

실적 늘었지만 '불황형 흑자' 지적
카드론 늘수록 건전성 악화 우려

입력 : 2024-07-30 오후 2:52:3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영업에 적극 나선 것이 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카드사들은 하반기 건전성 관리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비용 효율성 제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5개사 순익 전년 대비 25.4%↑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카드(029780) 등 5곳입니다. 이들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카드입니다.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습니다. 신용판매 결제금액이 96조8913억원으로 4.0% 증가에 그쳤지만, 플랫폼·데이터 기반 수익과 리스 등의 영업 수익이 각각 16.0%, 12.1%씩 성장했습니다.
 
삼성카드는 3628억원의 순익을 거뒀고 1년 전에 비해 24.8% 증가했습니다. 신용판매 금액은 72조739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금액이 4조4043억원,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가 3조8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7%, 18.5%씩 증가했습니다.
 
하나카드는 5개 카드사 중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상반기 순익은 1166억원으로 5개 카드사 중 금액은 가장 적지만 전년 대비 60.6%나 상승했습니다. 수수료 이익이 1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86%가량 증가한 영향입니다.
 
KB국민카드도 순이익이 255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2.6% 증가했습니다. 영업수익은 2조7226억원으로 5.1% 증가했는데, 그 중 할부금융 및 리스가 1136억원으로 9.1%가 늘었습니다.
 
우리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습니다. 순영업수익은 4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으나,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이 2350억원으로 12.4%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연체율과 부실등급 채권 비율이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카드사들의 매출 급증은 소위 '혜자카드' 단종, 알짜카드 혜택 축소 등 소비자 카드 혜택을 줄이고 있는 상황과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카드론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30일 기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문구.(사진=뉴시스)
 
카드론 등 대출수요 몰린 영향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등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의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카드론은 14~19%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카드사 입장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도 꼽힙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업황 악화와 건전성 우려로 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진행하면서 카드사 대출 상품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결과입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들이 별도의 대출 심사가 없는 카드론 등으로 몰립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들 5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6월 말 기준 27조1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습니다. 리볼빙 잔액도 5조2562억원으로 3.3% 증가했습니다.
 
카드론 잔액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점은 불황형 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옵니다.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카드론 이용자들이 이자 등을 연체할 경우 연체율이 오르고 대손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카드사 중 일부는 연체율이 2%에 달하고 있습니다. 통상 연체율이 2%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여깁니다. 상반기 연체율은 하나카드 1.83%, 우리카드 1.73%, 신한카드 1.44%, KB국민카드 1.29% 삼성카드 0.99% 순입니다.
 
이와 관련해 5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쌓은 대손충당금은 1조5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가 늘었습니다. 신한카드가 4357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카드 4184억원, 삼성카드 3161억원, 우리카드 2350억원, 하나카드 1771억원 순입니다.
 
업계에선 카드론 취급액 증가에 따른 수익성 증가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카드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은 비용 효율화와 카드론 증가의 영향도 있다"며 "다만 카드론의 경우는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으로 향후 조달비용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5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6월 말 기준 27조1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불어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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