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이용하는 카페·식당에 5억원을 지원하는 서울시 정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지원 사업을 감독하는 민간보조사업자가 단독으로 선정된 겁니다. 매장 입장에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굳이 다회용컵을 쓰려고 하지 않고, 관련된 민간보조사업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서울시는 30일 '매장 내 다회용 컵 이용 지원사업 민간보조사업자 선정결과'를 서울시청 사이트에 공고했습니다.
서울시는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이 다회용컵을 이용하면 컵이나 식기세척기 비용으로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환경부 지침에 따라 매장 측은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중 최소 10%에 대해선 자부담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다회용컵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5억원입니다. 국비와 시비 비중이 각각 절반입니다.
2023년 11월9일 서울 중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 리유저블(다회용) 컵 사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민간보조사업자도 모집했습니다. 보조사업자는 보조금 지원 대상 매장을 모집·평가·선정하고, 다회용기 이용 체계가 구축됐는지 정기 현장점검도 합니다. 사업비 정산과 결과도 서울시청 보고합니다.
문제는 민간보조사업자 모집에 호응하는 법인이나 단체가 저조했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지난 7월1~15일 민간보조사업자 모집을 공고했다가 1개 단체만 응모하자 재공고를 냈습니다.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재공고에도 1개 단체만 응모했는데, 1차 공고를 냈을 때 유일하게 참여했던 바로 그 단체입니다. 서울시는 해당 단체에 대해 24일 현장 확인을 하고, 26일에는 보조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한 끝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애초에 여러 응모자 중에서 민간보조사업자를 고르려는 시도가 무산되면서 서울시가 이번 사업을 제대로 계획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환경단체들 "정책 신뢰성 떨어져…사업 중단될까 걱정"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애초에 다회용컵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민간보조사업자선정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회용컵을 규제한다고 했다가 철회했던 학습효과 탓입니다. 서울시의 다회용컵 사업도 반짝 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정책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한 겁니다. 정부가 일회용컵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 다회용컵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서울시 정책이 몇개월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려면 (비슷한 사업이) 급진적으로 확대돼야 하는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체나 단체가 나섰다가 정책이 중단되면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업) 정보가 충분히 공유가 됐는지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도 "보조금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업체와 단체들이 투자를 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