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2대 국회가 지난 5월30일 개원한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발의된 2342건의 법안 중 대통령이 공포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조차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막혀 국회의 입법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여야의 극단적 정쟁이 빚어낸 결과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2342건이었습니다. 발의된 법안 중 2301건이 계류 중이고, 국회 통계 분류상 '처리'된 법안은 41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1건은 법안이 철회됐고, 15건은 '대안 반영' 후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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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통과한 5건마저도…윤 대통령 '거부권'
지난 두 달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등 5건뿐입니다. 이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4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습니다. 25일 재표결을 통해 부결 처리되면서 결국 폐기됐습니다.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 4법'도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해 최종 공포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여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야당 주도로 법안 처리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방송 4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면서 이번에도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이어 재표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야당 주도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부결→법안 폐기'로 이어지는 흐름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란 점입니다. 당장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통과를 벼르고 있어 여야 극한 대치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야권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와 함께 여권을 겨냥한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양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들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그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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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11회·정청래 9회…문 닫은 '여당 상임위'
공격에 집중하는 야당과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여당의 모습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전체회의 개최 횟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상임위원장이 포진된 상임위에선 전반적으로 다른 상임위와 비교해 회의 개최가 빈번했습니다. 방송 4법 등 언론개혁을 다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최민희 위원장의 주재 하에 이날까지 11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어 경찰청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위원회는 신정훈 위원장의 지휘 아래 그동안 9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모든 법안의 본회의 전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도 정청래 위원장이 상임위를 이끌며 지금까지 총 9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2번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관련 회의 개최였습니다. 여야가 모두 민감해할 수 있는 회의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법사위에선 항상 여야 의원들의 논쟁이 격화됐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전투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의원들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상임위원장과 의원들 간 충돌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법안 논의보다도 야권의 여론 주도용으로 회의가 활용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아직까지 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상임위도 있습니다. 바로 국방위원회입니다. 국방위는 다음 달 1일 전체회의가 계획돼 있는 가운데 이날까지 단 한 번도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국가의 안보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의 회의도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들 상임위에는 모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