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사실상 마무리…실익 없는 '이진숙 탄핵'

법조계 "이진숙 파면 가능성↓"…탄핵 돼도 '이사진 구성' 유효

입력 : 2024-08-01 오후 5:16:10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후 이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된 당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까지 속전속결로 단행되면서 윤석열정부의 방송 장악 임무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강하게 규탄한 야권은 1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며 탄핵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이 이미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선임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야권에서 추진하는 탄핵안이 별다른 실익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하나 마나 한 탄핵'이란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통위가 추천한 KBS 이사진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도 수여하며 "고생 많으시다"고 격려했습니다. 이 위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까지 속전속결로 처리한 셈입니다. 앞서 방통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함께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야, 콕 집은 탄핵 사유는 '2인 체제' 위법성…법조계선 '회의론'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등은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 야당에선 2일 이 위원장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3인의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2인만으로 의결을 강행한 점을 꼽았습니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되면 이 위원장은 전임 방통위원장 때처럼 탄핵안 표결 전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고,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방통위 장기 업무 마비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야당의 탄핵 추진이 정부의 방송 장악 수순에 실질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는 데다, 설령 이 위원장이 탄핵된다고 해도 현 방송의 이사진 구도를 다시 바꾸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탄핵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 부재를 탓하기도 합니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과 여야가 추천하는 3명 등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기관입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체제로 운영되며 공영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든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의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3월 국회의 야당 몫 추천을 받았으나,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하면서 방통위 2인 체제는 더욱 굳어졌습니다.
 
용혜인(왼쪽부터) 기본소득당 대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략 부재' 민주당…4번째 탄핵에도 실효성 난망
 
그럼에도 헌법상 탄핵소추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방통위법은 '2인 이상 위원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법원이 다른 재판에서 2인 체제 의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바 있지만, 그 자체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또 최근엔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탓에 '2인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정부여당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돼 이 위원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방통위에서 결정을 내린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다시 새롭게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애초부터 탄핵안 심의가 방통위 이사진 구성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은 그대로 가고, 이 위원장만 물러나 새 방통위원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야권의 어떤 대응에도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 자체를 무위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새 방문진 이사의 임기는 오는 13일부터인데, MBC 사장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들이 새로 꾸려지면서 MBC 경영진 교체 작업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시작됐습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2일 오후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야당의 압도적 의석수를 감안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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