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200% 관세 폭탄…한국 경제 '충격파'

경기침체와 만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동 불안에도 국제유가 하락…수요 둔화 시그널

입력 : 2024-08-05 오후 5:13:0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가시화된 가운데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재차 천명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심 가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Once Again, MAGA)'의 부활은 이미 수 차례 예고된 바 있는데요. 지난 주말 고용 쇼크, 제조업 침체 등 악화된 미국 경제 지표가 발표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쐐기를 박은 셈입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한국 입장에선 경제를 떠받들던 수출 개선세에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관세 장벽, 미 의존도 높은 한국에 적신호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관세와 에너지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집권 시 취임 2주 내에 중국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자동차 산업을 되살림으로써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며 "관세를 통해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 중국 자동차에는 최대 20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는데요.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치 아래로 나오면서 오히려 '자국 중심 정책'이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경우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가 287억달러(39조8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 경제에는 적신호일 수밖에 없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업종이 견인하며 12개월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2%에서 지난 7월 17.7%까지 높아졌는데요. 대미 수출이 증가한 것은 미국 가계의 소비 덕택이 컸습니다. 자동차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올해 1~4월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산업 수출액은 172억달러(23조5743억원)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47.3%를 차지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면 연간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21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트럼프 증산 압박 땐 '공급 과잉'수출국 타격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트럼프는 에너지 안보 강화 방향도 시사했는데요. 트럼프는 "우리는 발 아래에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등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액체 황금'을 가지고 있다"며 "에너지 강국이 되기 위해 2~3배 수준으로 (석유를) 증산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싱가포르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2% 하락한 배럴당 73.39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0.1% 하락한 배럴당 76.77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하마스 지도자 암살 이후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됐음에도 미국 경기 부진 공포가 이를 압도하며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6월 셋째 주 이후 5주 연속 오른 후 6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7월 28일∼8월 1일)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L)당 2.5원 하락한 1711원을 기록했습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팀장은 "중동 긴장 고조라는 공급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오히려 안정 또는 하향되고 있는 것은 나쁜 시그널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증산을 한다면 여러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수요가 꺼져 가는 상황에서 공급을 늘려 공급 과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급과잉이 돼 유가가 하락할 경우 국내 산업 전망은 엇갈리는데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유가를 싸게 들여올 수 있지만 석유화학 업체 등은 마진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윤 팀장은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유가 하락은 곧 세계적인 수요 둔화를 의미하는 만큼 수출국에는 결국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원유운반선(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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