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 1일 인천 청라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전기 승용차 화재로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전기버스 화재에 대한 위험성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데다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리튬인산철(LFP) 대비 화재 위험성이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의 54.1%가 중국산입니다.
서울 소방재난본부가 송파구 헌릉로 송파공영버스차고지에서 전기버스 화재 대응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019년 23.9%에서 크게 늘어났는데요. 지난해에는 국산 전기버스 점유율(45.9%)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40.7%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점유율이 준데는 보조금 정책 변화 때문인데요. 환경부는 올해부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탑재된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이에 NCM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버스 대비 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대폭 줄었는데요. 대표적으로 GS글로벌이 수입하는 BYD의 e-BUS 12는 지난해 대비 보조금이 2800만원가량 줄었습니다.
보조금이 대폭 줄면서 NCM 배터리를 적용한 중국산 버스 도입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 CHTC 전기버스를 수입하는 이엠코리아는 SK온 NCM 배터리를 탑재한 '에픽시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황해자동차 수입을 맡은 범한자동차는 삼성SDI의 NCM 배터리를 탑재한 E-SKY 11 270 버스를 준비하고 있죠.
BYD eBus11.(사진=BYD)
문제는 NCM 배터리에 대한 화재 위험성입니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과 코발트를 포함하지 않아 생산 단가가 낮고 열 폭주 현상이 없어 화재에도 안전하다는 평가입니다. 또 중국은 LFP와 달리 NCM 배터리 업력이 짧아 배터리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돼 왔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배터리는 리튬 등 여러 원소 특성 자체가 NCM 보다 내화성 훨씬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전기버스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탑재된 전기 승용차와 달리 지붕에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도 승용차 보다 큽니다. 화재가 날 경우 더 취약할 수 있죠. 실제 올 초 경기도 안양시 차고지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버스에서 불이 났는데 8시간 만에 겨우 불을 껐지만 8일 뒤 불에 타고 남은 버스에서 다시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전기 승용차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엔 수조를 설치해 차량을 물에 담가 열기를 식히거나 질식소화덮개로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지만 전기버스는 크기가 커 수조나 덮개를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상 장시간 물을 쏟아 붓는 것 외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이죠.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은 "전기버스는 배터리가 상부에 있어 승용차 대비 온도 영향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터리 팩도 많고 발화해서 차량 내부로 들어가면 탈 것들이 더 많아 강력한 화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