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민주당이 3번째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번 특검법의 수사 대상 항목엔 '김건희 여사'가 명시됐습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범위를 김 여사까지 넓힌 겁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김승원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8일 국회 의안과를 찾아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 센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정조준'
민주당은 앞서 2차례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8일 재발의했습니다. 사실상 '채상병 특검법'에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일부를 합친 형식인데요.
이 특검법은 수사 대상 중 하나로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사건'을 못 박았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의 첫 특검법이나, 지난달 재표결을 끝에 폐기된 2번째 특검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이번 법안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역시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요.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겁니다.
이종호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했고, 그가 김 여사·가족 계좌를 관리한 혐의도 인정했습니다.
구명로비, 외압 의혹 풀 '열쇠'
이종호 전 대표는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참가자였던 김규현 변호사가 최근 녹취록 등을 공익 제보하면서, 구명로비 의혹의 중심에 섰습니다. 녹취록에는 그가 지난해 8월9일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취지의 대화가 담겼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JTBC> 인터뷰에서 이 발언과 관련해 "VIP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게 맞지만 연락하지 않는 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려고 대통령에게 로비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구명로비 의혹을 규명하게 되면, 그동안 의문으로만 남았던 '외압 의혹'의 동기를 밝힐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대통령실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조사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 채상병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2번씩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법안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이 제안한 '제3자 추천안'은 반영되지 않아, 특검 추천권은 더불어민주당 1명·비교섭단체 1명씩 갖는 걸로 했는데요. 특검이 20일의 수사 준비기간에도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증거 수집 등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국힘 즉각 반발하자…민주, '제3자 특검' 앞세워 압박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이미 2차례 부결·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또다시 발의했다"며 "민생 대신 정쟁을 택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3번째 발의한 특검법은 기존보다 더 독선적인 조항들로 차 있다"며 "민생 국회로 돌아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민주당의 특검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동훈 대표도 자신이 생각하는 특검법안을 내놓길 바란다"며 "그래야 토론이든 협상이든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서도 일부는 '제3자 추천'이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여당이 법안을 내놓는다면 우리가 잘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본청 의안과에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한 직후 "김건희 여사가 구명로비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런 의혹은 당연히 특검 수사로 밝혀야 한다"며 "만약 김 여사가 구명로비 의혹과 직접 연관이 있다면 이는 국정농단"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전날 국민의힘이 구명로비 의혹을 '사기탄핵 공작'으로 규정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대해 "수사외압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어떻게 사기탄핵 공작이냐"며 "한 대표가 약속한 제3자 특검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협치 분위기'는 단 하루 만에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입니다. 전날 양당 정책위의장은 이견 적은 민생법안에 대해 신속처리 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날엔 국민의힘 배준영·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회동했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