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⑭만연한 고독사 위험…70% "연락할 가족 없다"

75.3% "1년 동안 가족·친지와 왕래 없어"
고립된 거주자…코로나19로 고립 더 심화

입력 : 2024-08-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 기자] 쪽방촌 거주자 10명 중 7명은 연락할 가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거주자 상당수는 가족·친지와 왕래하지도, 모임에 참여하지도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이웃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철저하게 고립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고, 고독사의 위험까지 높은 겁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6월21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역 앞 쪽방촌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고서 가운데 '연락 가능한 가족'을 조사한 항목을 보면 '없다'는 응답자가 2023년 66.1%로 집계됐습니다. '연락할 가족이 없다'는 답변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10년 동안 줄곧 70% 안팎을 오가는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4년 64.7% △2015년 71.4% △2016년 75.3% △2017년 71.6% △2018년 75.5% △2019년 74.3% △2020년 66.4% △2021년 64.0% △2022년 61.7% △2023년 66.1% 등입니다.
 
가족과 친척을 만나지 못하는 거주자도 비슷한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가족·친지를 방문하지도, 가족·친지를 맞이하지도 못한 거주자가 2023년 기준으로 75.3%나 됩니다. 가족·친지가 존재하는데 왕래를 하지 않거나, 만날 사람 자체가 없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통계입니다. 설문이 진행된 10년 동안 최고 수치는 2019년 85.4%, 최저는 2022년 72.0%로 집계됐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핏줄'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거주자들이 친목·종교 모임, 단체 등 참여하는 모임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참여 모임이 없다는 답변은 9년 동안 70% 내외를 넘나듭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을 때 고립 정도가 뚜렷했습니다. 참여하는 모임이 없다는 응답률은 △2020년 78.6% △2021년 74.6% △2022년 72.0%를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2023년에도 나갈 모임이 없는 응답자는 69.7%로 나타났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힘이 되는 '이웃 사촌'도 이들에게는 먼 얘기일 뿐입니다. 절반이 넘는 거주자는 이웃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이 없다는 답변은 지난해 56.3%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59.2%, 2016년 56.7%에 이어 최근 9년 내 3위에 해당합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이웃이 없다는 답변은 2017년에 마지막으로 40%대를 찍고 계속해서 50%대에 올라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다보니 거주자들은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느낍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쪽방촌 거주자들이 느끼는 걱정거리에서 외로움은 줄곧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2014년 첫 조사에서 쪽방촌 거주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건강악화(39.0%) △외로움(24.2%) △경제적 불안감(17.4%) △무료함(6.9%) 등이었습니다.
 
2023년 조사에선 △질병 등으로 인한 건강악화(59.6%) △가족 간의 불화나 문화활동 소외 등에 의한 외로움(27.4%)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는 무료함(10.2%) △쪽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노숙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8.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창현·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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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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