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인데…속 타는 면세점

면세 1인당 구매액 22% 감소
유커는 물론 고환율에 따른 내국인 감소 타격 커
면세 시장만의 킬러 콘텐츠 발굴 절실

입력 : 2024-08-20 오후 3:28:1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일상적 유행)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면세 업계가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전반적인 소비 패턴 변화로 면세 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여왔는데요. 통상적으로 여름철의 경우 휴가 시즌인 만큼 업계 역시 이에 따른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침체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면세 업황의 침체는 고환율 및 경기 침체 문제 등과 맞물려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인데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면세 시장만의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야 떠나간 수요층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20일 한국면세점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액은 7조396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6조5118억9000만원) 대비 13.6% 늘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구매객 수가 949만7000명에서 1382만5000명으로 45.6%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치인데요. 사실상 구매객 증가 수준에 매출액이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연간 면세 1인당 구매액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아울러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 수로 나눈 1인당 구매액은 68만6000원에서 53만5000원으로 22%나 줄었습니다. 1인당 구매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47만9000원 △2020년 96만8000원 △2021년 266만4000원 △2022년 195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하기 시작한 뒤 올해 더 줄었는데요.
 
이 같은 면세 업황의 침체는 그간 업계 주요 수익원이었던 유커와 보따리상인 '따이궁'의 발길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수요층의 씀씀이가 예년보다 줄었고, 이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던 우리 업체들의 타격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유커 감소뿐만 아니라 고환율에 따른 내국인 감소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 수는 2019년 2435만4000명 대비 57%에 그치는 수준인데요. 내국인 구매객은 1473만6000명에서 940만2000명으로, 외국인은 961만8000명에서 442만3000명으로 각각 36.2%, 54%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과거와 같은 대규모 쇼핑을 위한 단체관광보다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한 차원의 개별관광이 증가하는 등 여행 트렌드가 변화한 점도 한몫했는데요.
 
이 같은 풍토가 이어지면서 면세 업체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조직 재정비 과정을 거치고 있고, 실적 저하가 뚜렷한 타사 면세점들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비용 절감 작업에 돌입했는데요.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유커 회복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업계가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환율, 소비 침체 등의 악재도 산재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이들 요인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업계가 장기적 측면에서 대상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유의 콘텐츠 발굴에 주력해야 하는데, 실적 악화로 이 같은 시도조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커 및 내국인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면세 업계가 장기 침체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면세 시장 흐름이 과거와 달리 급변하고, 경기 침체 지속으로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시대가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업계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고, 수요층을 묶어둘 수 있는 킬러 콘텐츠 확보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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