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3세 체제…실적 부진에 지배구조 장악 난항

'2대 주주' 정유석 사장 지분 4.16%…최대주주 등극 갈길 멀어
슈펙트 관련 시세조종 혐의 '현재 진행형'…지분매입 시기 맞물려 의혹 증폭

입력 : 2024-08-27 오후 4:08:05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지난해부터 일양약품 오너 3세 정유석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최일선에 나섰지만 실적 성적표는 낙제점이었습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일양약품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8.6% 감소한 248억1286만원, 매출액은 3.5% 줄어든 3705억3741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순이익은 1억1171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99.6%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일양약품은 정유석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김동연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탈바꿈하며 오너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됐음을 알렸는데요. 정유석 사장이 취임한 이후 일양약품 실적은 오너 3세의 경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로 주목받았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정유석 사장 취임 이후 첫 성적표였지만, 계열사 해산 청산 이슈와 맞물려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올해 상반기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는데요. 상반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 24.6% 감소한 1611억9605만원, 55억4364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5억1473만원으로 366.1% 늘었지만, 예년 수준까지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2분기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지만, 최근 2년간 상반기 누적 순이익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168억6892만원, 2021년 91억4093만원으로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이례적인 순이익 급감은 중국 계열사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가 해산 청산 절차에 돌입해 계열사에서 제외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매출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는데요. 올해 상반기 전문의약품 매출은 432억51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줄었고, 일반의약품 매출도 270억5100만원에서 251억4400만원으로 7.0% 줄었습니다.
 
일양약품의 실적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분위기를 만회할 요인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2012년 국산 18호 신약으로 품목 허가받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는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입니다. 공시에 따르면 슈펙트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완료했지만 1년 넘게 시판허가신청(NDA) 제출 자료 준비 중인 상태이고, 프랑스에서는 적응증을 추가해 파킨슨병 치료제로 2020년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열사 수익 정체 '실적 가시밭길'
 
주력 계열사 수익성 악화도 골치입니다. 의약품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일양바이오팜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하락했는데요. 일양바이오팜은 일양약품이 지분 80%, 정도언 회장의 차남 정희석 대표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일양바이오팜은 지난 3년 연속 실적이 상승세였지만, 공교롭게도 정유석 사장이 일양약품 공동대표로 취임한 지난해부터 실적이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일양바이오팜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1% 감소한 102억4363만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는데요. 영업이익은 46.0% 감소한 16억2373만원, 순이익은 43.2% 줄어든 14억3341만원에 그쳤습니다.
 
일양약품의 알짜 계열사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지난해 매각에 나섰지만 청산 합의를 하지 못해 현재 관할법원에 해산 청산 소송이 진행 중인데요. 매각 전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의 2022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404억4694만원으로 일양약품의 4개 계열사 중 매출 규모가 두 번째로 컸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90억831만원, 147억7316만원으로 다른 계열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계열사 중 매출이 가장 많았던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9억2540만원, 85억205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되죠. 4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해산 청산으로 인한 수익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만회할 요인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유석 사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야 하는데요. 정유석 사장은 일양약품 2대 주주임에도 지분율은 4.16%에 불과합니다. 일양약품의 최대 주주 정도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의 장남인 정유석 사장과 차남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에 나섰지만, 오너 3세 지배력은 미미한 수준인데요.
 
오너 3세 경영 체제 완성을 위해서는 지분율 확보가 관건이지만 과거 정유석 사장이 지분을 매입한 시기가 일양약품이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시기와 맞물려 잡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일양약품은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허위 사실로 주가를 띄워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고 아직 수사당국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2만원대였던 일양약품의 주가는 슈펙트가 코로나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자 4개월 만에 10만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일양약품의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정유석 사장이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알려져 주가가 3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2021년 3월부터 집중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