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부담 커진다…정책금융 선도 역할 '막중'

(11개 정책금융기관 비교검증)(4) E(환경)분야
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 적극 요청
정책금융기관, RE100 선도적 참여…민간은 대기업-중기 '온도차'
'K-RE100, 목표 불분명하고 참여에만 의의' 한계 지적도
친환경 명목 정책금융 사후관리 중요 "그린워싱 주의해야"

입력 : 2024-09-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에 곧 생존이 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공공기관 및 정책금융기관에 RE100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민간 차원의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에 이를 일방적으로 할당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K-RE100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친환경 상품의 혜택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확인과 점검 등 사후 관리를 통해 민간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대체하자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10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5일 한국RE100협의체에 따르면 주요정책금융을 담당하는 11개 기관 가운데 K-RE100에 참여하는 기관은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7곳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K-RE100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미지=RE100 정보플랫폼)
 
정부는 지난 2021년 RE100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K-RE100을 도입했습니다. 글로벌 RE100은 2030년 60%, 2040년 90% 재생에너지 전환 이행 목표 설정을 권고하지만 K-RE100의 경우 2050년까지 100% 이행 목표설정을 권고하고 중간 목표는 자발적으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REC·녹색프리미엄 구매로 이행…기업들 '시큰둥'
 
정책금융기관들은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K-RE100 이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인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직접 구매하거나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를 판매할 때 부과하는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하는 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택금융공사는 준정부기관 최초로 REC를 구매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구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2년엔 REC 1800MWh(메가와트시)를 구매해 탄소배출량 822tCO2eq(이산화탄소 환산 톤)를 감축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약 1400MWh를 사들였습니다. 산업은행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2021~2022년 총 277.15MWh를 구입해 126.54tCO2eq 감축에 나섰습니다.
 
무역보험공사는 녹색프리미엄 입찰 참여로 K-RE100에 참여했습니다. 2021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10만8000kWh(킬로와트시)를 구매해 녹색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했습니다. HUG는 지난해 3차 녹색프리미엄 입찰에서 신재생에너지 30만kWh 낙찰에 성공해 총 138tCO2eq 저감 효과를 기록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이같이 움직이는 데도 불구, 민간에선 대기업-중소기업 간 온도차가 뚜렷합니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SK(034730) 등 대기업이 나서는 것 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 수출 제조기업 61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 중 54.8%가 RE100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은 RE100을 적극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인지도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대기업은 62.5%가 RE100을 인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39.2% 수준에 그쳤습니다. RE100 관련 정보 습득 경로에서도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대기업은 협회 등 지원기관의 안내로 정보를 습득한 경우가 35%에 달했으나 중소기업은 17.3%로 낮았습니다. 또한 중소기업 절반 이상(51%)은 RE100 관련 정보수집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친환경 상품으로 RE100 참여 독려…"실제 효과도 점검해야"
 
민간 차원의 RE100을 이끌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은 RE100 관련 상품 활성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로 RE100 추진 기업에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확대하고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입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권 최초 RE100 펀드인 IBK RE100 펀드를 금융주선했습니다. 기업은행이 펀드에 참여한 금액은 2000억원입니다. 이 펀드는 'RE100 기업 맞춤형 펀드'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RE100 추진 기업에 판매합니다. 수출입은행은 ESG경영 실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RE100 참여기업에 금리를 우대하고 있습니다.
 
RE100뿐 아니라 기관별 특성에 맞게 친환경 상품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친환경 사업에 뛰어든 기업 대상으로 자금 대출, 금리 우대 등을 누릴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운용 중입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친환경 보증을, 무역보험공사는 ESG 평가 우수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벤처기업의 탄소배출량 산정 등에 관한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비용 부담을 덜고자, 탄소중립을 위한 측정→감축→검증 지원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친환경주택 건설자금보증, HUG는 ZEB(Zero Energy Building) 장기임대주택 공급 등에 나섰습니다. 한국벤처투자는 2022년 ESG전용펀드를 시범결성 해 ESG 관련 벤처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ESG성과배수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전통적 지표인 투자수익배수(Investment Multiple)에 사회성과배수(Impact Multiple) 개념을 더해 만든 DIM(Double I Multiple)이란 성과 측정제도를 마련한 겁니다.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은행권 기후기술펀드 출자사업을 주관했습니다. 2030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기후테크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K-RE100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참여 대상과 목표가 분명한 글로벌 RE100에 비해 K-RE100은 참여에만 의의를 두고 있어 확산이 더디다는 지적인데요. 글로벌 RE100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나 포춘지 선정 1000대 기업 등 영향력 있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지만, K-RE100은 중소, 중견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연간 전력소비량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 전환 이행 목표 과정에서도 K-RE100은 다소 체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글로벌은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등 10년 단위의 체계적인 목표를 세웠는데요. K-RE100은 2050년 100% 이행 목표설정만 권고하고 중간 목표는 기관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설정하게 돼있습니다.
 
친환경을 명목으로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은 기업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주의해, 이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등 사후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친환경 상품이) 활성화되려면 투명한 정보공개가 꼭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은 지원해 주는 대상이 최초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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