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달린 리모컨' PS 포털, 탐나지만 한계 뚜렷

PS5 본체 원격 조종 가능
게임 속 각종 진동효과 그대로
인터넷 없으면 무용지물

입력 : 2024-09-02 오후 5:12:1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서울 합정의 한 카페. 휴대용 게임기 버튼을 열심히 누르던 남성이 짧은 한숨을 쉽니다. 힐끗 쳐다보니, 8인치 LCD 화면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5 게임이 구동되고 있고, 기기 양쪽엔 PS5 게임 패드인 '듀얼센스'가 절반씩 붙어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바로 그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PS 포털)'였습니다.
 
집에 있는 PS5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휴대용 콘솔, PS 포털이 4일 국내 정식 출시됩니다. 미리 만져본 PS 포털은 '있으면 좋지만 왠지 불안한' 기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리모트 전용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PS 포털은 LCD 화면 양쪽에 PS5 듀얼센스를 붙여 놓은 형태다(사진 위). 아래는 닌텐도 스위치 OLED, PS Vita와 크기를 비교한 사진. (사진=이범종 기자)
 
집 밖에서 PS5 경험
 
정가 28만8000원으로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보다 비싸면서, 독립 구동은 안 되는 리모트 전용 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PS 포털의 장점으로 '거실 밖의 PS5'를 내세웁니다. 거실 TV를 다른 가족 구성원과 함께 사용해야 하거나, 방에서 PS5를 즐기고 싶은 게이머에게 적합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PS 게이머가 이 제품을 원하는 이유는 집 밖에서도 PS5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존 스마트폰·PC에서도 PS 리모트 기능을 쓸 수 있지만, 휴대용 게임기 형태로 듀얼센스의 진동을 그대로 구현한 점이 제품에 매력을 더합니다.
 
그럼에도 SIE가 실내를 강조하는 이유는, 강한 와이파이 신호만이 '화면 달린 리모컨'인 이 제품의 쓸모를 보장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PS 포털을 쾌적하게 쓰려면, 인터넷 속도가 15Mbps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PS5 본체는 인터넷에 유선으로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본체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인터넷 환경이 안정적이기만 하다면 PS 포털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우선 자취방에 있는 PS5를 인터넷에 유선 연결하고, 본가에서 PS 포털의 와이파이를 5G에 맞췄습니다. 이후 많은 그래픽 자원을 실시간으로 써야 하는 '검은 신화: 오공'을 했는데요. 화면에 약간의 잔상이 보였지만, 게임 자체는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철에선 안정적인 사용을 기대할 수 없다(사진 위). 카페에선 가끔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 (사진=이범종 기자)
 
'리모트'의 한계 여실
 
반면 여러 사람이 모인 카페에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서도 와이파이 신호를 5G에 맞췄지만 화면이 간간이 끊겼습니다. 전철에선 제대로 된 와이파이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핫스팟 기능이 필요해지는데요. 전화기에서 이 기능을 켠다고 PS 포털에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수동으로 설정을 일일이 해줘야 하는데, 방법은 유튜브 등을 통해 알아서 찾아야 합니다.
 
리모트 전용 기기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PS 게임은 TV 화면에 어울리게 만들어집니다. 이 때문에 오공처럼 TV 자막도 작고 글씨 크기 조절도 안 되는 게임을 할 땐, 대화 장면에서 눈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세계관을 즐길 수 있는 각종 뒷이야기를 읽기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PS 포털의 존재 이유가 '리모트'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PS 포털을 위한 UI 조절 기능이 추가된다면 편의성이 대폭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리모트 환경을 제대로 갖춘 게이머는 PS 포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PS 리모트 기능을 주로 쓰는 방의 PC에 PS 리모트 앱을 깔고 듀얼센스를 유선 연결하면, 진동을 포함해 본체와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PS 포털은 집 밖에서도 PS5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 누구나 갖고싶어할 만한 제품입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나 모바일 게임을 두루 즐긴다면, 약 29만원에 달하는 리모트 전용 기기가 정말로 필요한지 고민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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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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