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안국약품 오너리스크…어진 부회장 '복귀설' 솔솔

20.5% 지분 상속으로 160억원 상속세 납부 의무
내년 2월 전 '경영 복귀설' 배경은 '가업상속공제'

입력 : 2024-09-04 오후 3:34:13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불법 임상과 리베이트 의혹으로 2022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0개월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한 데 이어 다음 달 출소를 앞두고 경영 복귀설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불법 행위 중심에 서 있는 어 부회장이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경영 복귀를 강행한다면 기업 신뢰도 하락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올해 2월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은 어 부회장은 다음 달 형기가 끝나 출소를 합니다 이른 시기에 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점쳐지는 이유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속세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어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부친인 어준선 전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안국약품 지분 20.53%를 상속받았는데요.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으며 어 부회장은 총 43.22% 지분을 보유해 안국약품의 최대 주주에 등극했습니다. 이로써 어 부회장을 중심으로 오너 2세 승계 구도가 굳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문제는 지분 상속으로 인해 약 160억원의 상속세 납부 의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재산으로 상속인이 승계받을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으면 어 부회장은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요.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해 상속세를 감면받으려면 상속세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에 올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어 부회장은 내년 2월 전에는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상속세 감면 대상이 되는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어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선택지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는 불법 임상, 리베이트 혐의로 기소되자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1년도 안 된 시점에 돌연 안국약품 사내이사에 오른 것은 추후 대표이사로 복귀해 회사를 이끌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영 복귀'와 '상속세 문제' 동시에 해결
 
불명예 퇴진한 어 부회장의 재등판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은데요. 어 부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 없이 개발 중이던 혈압강하제와 항혈전 응고제 후보물질을 직원 28명에게 투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까지 선고받은 데다 의사들에게 90억원대에 달하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된 불법 리베이트 관련 재판은 결론이 5년째 나지 않고 있고, 어 부회장이 혐의를 벗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서는 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회사의 이익과 상관없는 오너 2세 승계를 목적으로 지배구조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경영상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 부회장이 경영 복귀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고 지난해 급격한 수익 악화로 고전하다 올해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급감했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안국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47.7% 감소한 50억6144만원, 순이익은 85.5% 급감한 9억9828만원을 기록했는데요. 올 상반기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411.9% 오른 173억723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거둔 순이익의 두 배 이상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안국약품 본사 전경(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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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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