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 회피 반복…"금융당국 심사 강화해야"

지분 10% 이내·단순투자 목적 등 예외사유
"실질적 지배력, 심사 기준 반영을"

입력 : 2024-09-05 오후 4:01:1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유명무실하면서 금융사 편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 이내의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밝히면 손쉽게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회피할 수 있는데요. 적격성 심사 기준을 지분 규모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 여부를 고려하도록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실질화해야 
 
5일 이학영·김현정·박홍배 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기관 대주주적격성심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금융사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제도를 통해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이미 대주주 자격을 획득한 개인이나 법인도 주기적으로 출자 능력, 재무 상태, 사회적 신용 등 적격성 요건을 검증받습니다. 최근 금융사들의 불법 행위가 반복되면서 이러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학영 의원은 "최근 들어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금융회사 투자 문제, 카카오뱅크(323410)의 대주주 적격성 등 많은 금융회사들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금융기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는 금융 소비자와 금융 노동자의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심사 강화로 건전성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정 의원도 "카카오뱅크 적격성 심사, OK저축은행의 DGB금융 인수자격 논란, 상상인그룹과 토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유명무실해지거나 재량권 남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사 대상 범위, 결격 사유 세부 요건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감독기구의 관리·감독 부실 등을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개선하려면 지배 개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현행법으로는 10% 이내의 금융사 주식을 보유할 경우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 10% 이내의 주식을 보유해 규제는 벗어나면서 주주 간 계약으로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홍 교수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피규제자가 규제자를 휘두르는 것은 규제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주식 보유의 구체적 규모와 '사실상 지배' 여부에 따른 심사 적용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경영진 견제장치 부재 우려
 
OK금융그룹이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될 때 '단순 투자'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했던 사실이 부적절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iM뱅크(옛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활될 때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주주의 대주주'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iM뱅크의 모기업은 DGB금융인데, DGB금융의 대주주가 OK금융입니다.
 
봉선홍 사무금융노조 OK금융그룹 지부장은 "1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OK금융이 유일무이하다"며 "OK금융이 최윤 회장의 안주머니로 악용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관치를 막으려면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차단하고 은행지주와 은행 고위 임원 자격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주회장의 독단 경영에 대한 견제 장치 부재는 회장 임명 과정에 관치적 개입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주회장의 전횡 및 도덕적 해이를 방지·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대주주 적격 심사 제도의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잘 논의해 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법상 주어진 인가와 심사 기준에 따라 충실히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제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심사숙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5일 이학영·김현정·박홍배 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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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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