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국마트협회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들과 릴레이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2% 초반대 형성된 가맹점 수수료율을 1% 중반까지 내리겠다는 목표인데요. 협상이 불발될 경우 가맹 계약을 해지하거나 결제 거부(보이콧)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카드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맹계약 해지도 불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트협회가 지난 7월 롯데카드와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끝낸 뒤 하나카드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순으로 릴레이 협상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는데요. 현대카드와 비씨카드에도 협상 요구 서신을 보낼 예정입니다.
마트협회는 추석 명절 대목 이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목표는 수수료율을 1% 중반대까지 내리는 것입니다. 마트협회는 협상이 원만히 흘러가지 않을 경우 가맹 계약 해지 등의 절차를 밟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4월 마트협회는 롯데카드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며 보이콧에 나선 바 있습니다. 회원사인 중소형 마트는 '롯데카드 OUT', '카드업계 최고 수수료 롯데카드 결제 중단'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전국 6000여개 마트협회 회원사 중 25%인 1500여곳이 보이콧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트협회와 롯데카드는 결국 3개월 만인 지난 7월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마트협회의 '연매출 30억원 이상 중소마트·슈퍼마켓 신용카드 수수료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비씨카드 2.15% △롯데카드 2.13% △하나·우리카드 2.09% △
삼성카드(029780) 2.07% △KB국민카드 2.06% △신한·현대카드 2.04% △NH농협카드 1.98% 수준입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앞선 2022년과 지난 7월 협상을 마무리해 한차례 수수료율이 인하됐습니다. 롯데카드의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카드 수수료율은 이미 1%대 수준입니다. 다만 지방 마트의 경우 농협카드 이용 고객이 많아 지방 중소형 마트를 살리기 위해 협상 대상에 올렸다는 게 마트협회의 설명입니다.
현재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비씨카드의 경우 체크카드 비중이 80%로 가장 높다는 이유로 그간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마트협회는 연내 전 카드사 협상을 목표로 BC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마지막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입니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오프라인 마트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율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필요하다면 가맹점 해지 등 강경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올해 안으로 모든 카드사와 협상해 수수료율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마트협회가 하나카드를 시작으로 전 카드사와 릴레이 수수료율 협상에 나선다. 목표는 1% 중반대 수수료율 달성이다. 마트협회는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가맹점 해지 등 강경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모든 카드사 대상 협상 예고
마트협회가 올해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다가오기 때무입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재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에 따르면 연매출 30억원이 넘는 일반 가맹점은 3년마다 수수료율을 카드사와 개별 조정해야 합니다.
대기업 계열 가맹점은 카드사와 ‘매출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영세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일반 가맹점은 카드사와 협상권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협상의 물꼬를 틀기 위해 '가맹점 해지'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게 됩니다.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카드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현재 카드사 전체 가맹점의 95%가 영세 가맹점으로 구성됩니다. 영세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나머지 5%인 일반 가맹점에서 70% 이상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실정입니다. 중소마트의 수수료율마저 내려가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 △2023년 23.2%로 추락 중입니다. 본업인 결제수수료 장사가 위축되면서 사실상 데이터 등 다른 부업을 통해 수익을 끌어와야 하는 구조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문제로 카드사가 영세 상공인과 대립하는 건 어렵다"면서 "수수료 체계 개편안이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카드업계는 현재 가맹점의 95%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추가 수수료율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