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엔터사 대응에도 딥페이크 처벌 미흡

1년새 딥페이크 음란물 464% 증가
딥페이크 피해 상위 10명 중 8명 한국 가수
소속사 대응에도 실제 처벌 집행유예

입력 : 2024-09-09 오후 2:52: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불법 딥페이크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중에 노출이 잦은 아이돌, 배우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엔터기업들도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처벌 수위가 낮은 데다 처벌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9일 미국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 발견된 딥페이크 98%가 음란물입니다. 딥페이크 음란물은 1년 만에 464% 증가했습니다. 2022년 3725건이었던 딥페이크 음란물은 지난해 2만1019건으로 늘어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여성이 딥페이크 음란물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딥페이크 음란물 99%가 여성, 1%가 남성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이 딥페이크 성인 콘턴츠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딥페이크 음란물 감수성 비율은 한국 53%, 미국 20%, 일본 10%입니다. 직업적으로 대중에 노출이 많은 가수, 여배우, 인플루언서, 모델, 운동선수 등이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주로 받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음란물 목표가 되는 상위 10명 중 8명이 한국 가수입니다. 
 
큐리티히어로는 '2023 딥페이크 제작물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딥페이크 음란 콘텐츠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밝혔다. (사진=시큐리티히어로 '2023 딥페이크 제작물 현황')
 
소속사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중입니다. JYP Ent.(035900)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각각 지난 8월31일, 9월2일 온라인 커뮤니티, SNS 계정을 통해 불법 행위 모니터링과 해당 영상 삭제, 법적 조치 진행 사실 등을 알렸습니다. 배우 박규영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도 딥페이크 제작물을 인지하고 딥페이크 영상물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자)아이들,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여성 아이돌 가수, 배우 등 피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성도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인 덱스는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불법 도박 게임 앱 등의 광고에 사용돼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배우 이주빈의 합성 영상도 불법 도박 게임 앱 광고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팬덤도 소속사의 강력한 대처를 환영하는 한편, 타 연예인의 소속사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 대응에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습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25일(성폭력처벌법14조의2 시행)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기소된 87명 중 징역형 선고 비율은 27.5%(24명)에 불과합니다. 집행유예가 39%(3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벌금형은 16%(14명), 선고유예(2명), 무죄(2명), 이송 결정 등 기타(11명)로 집계됐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유발 형태로 편집·합성·가공 및 반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사가 피해 사실을 인지해도 이를 처벌하거나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형사법으로 성폭력 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에 해당하지만 반포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단순 소지나 시청은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범죄자가 초범, 피해자 합의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는 게 현실입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은 가해자 정보 청구도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처벌도 쉽지 않다"며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소속사 차원에 대응이 쉽지 않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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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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