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공포' 예견됐지만…'뒷북 대책'

정부,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에 대책 마련 부심
예견된 딥페이크 공포…늘어난 범죄 지표로 이미 '경고음'
AI 악용 생성물 식별 등 예방 담긴 법안도 국회서 계류 중
"법·제도적 대책 시급…사회적 합의 통해 플랫폼 책임 논의도"

입력 : 2024-08-29 오후 2:11:2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영상물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인데요. 이미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위험이 예견된 만큼 뒤늦은 대응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딥페이크 (그래픽=뉴시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30일 당정 간 협의를 통해 딥페이크 대응과 관련 허위 영상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성범죄물의 주요 유통 창구로 지목되는 텔레그램에 대해서도 불법 정보의 자율 규제를 위한 상시 핫라인 등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여기에 각 부처간 산재해 있는 대응 기능을 국무조정실에서 통합하는 등 전담 컨트롤 타워 구축도 추진됩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전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방문해 성범죄 피해 예방과 지원 방안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는데요. 강 차관은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 등 사법기관과 협조해서 딥페이크 대응 방안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에 대한 대응책으로 그룹 채팅방 등 불법 촬영물 삭제나 유통 방지에 의무를 부여하는 등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라고 말했는데요. 방심위는 텔레그램과의 핫라인 확보, 플랫폼·포털과 대응 협의체 구성, 모니터링·24시간 내 시정요구·수사 의뢰 등 피해 신속 구제 등 10대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약속했습니다.
 
전국을 덮친 딥페이크 공포에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방심위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시정요구 건수는 올해 7월 말까지 6434건에 달합니다. 이는 전년 동기 1684건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건 수도 올해 이미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인데요. 지난 2021156, 2022160, 2023180건이던 범죄 건수는 올해에만 7월까지 29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디성센터가 딥페이크 피해 지원에 나선 건수도 지난 201869건에서 올해(25일 기준) 781건으로 11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처럼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증가 지표는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지만, 대책 마련이 늦어져 결국 국민들에 공포로 다가온 셈이 됐습니다.
 
또한 AI(인공지능) 기술을 범죄에 악용한 생성물을 식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조항이 담긴 법안도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돼 계류된 상태인데요.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면 딥페이크 범죄를 어느 정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n번방 사건때 성폭력 처벌법이 강화되긴 했지만, 허위 영상물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좀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법 손질을 통해 처벌 규정과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플랫폼의 유통 책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짚었습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딥페이크는 위험 수준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측면이 있기에 이를 강화시키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라며 또한 정보통신 제공자 영역 내에서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조속히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적 대책을 마련하고 민관이 함께 규제 수준에 대한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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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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