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치권이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에 나섰지만, 의료계와 대통령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아직 출범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었습니다. 현 사태 수습의 실마리가 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는 것과 관련해선 "의료계를 잘 설득해야 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여기에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조차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의료개혁 원안 추진을 고수하며 자신의 뜻을 꺾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추석 의료대란 우려에도…뾰족한 수 없는 정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중앙과 지방이 함께 특별대책을 수립해 응급의료 체계가 차질 없이 가동되도록,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일(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을 '추석 연휴 비상 응급 주간'으로 운영하고, 당직의료기관을 지정해 연휴 의료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의 참여가 불투명해진 데 따라 추석 연휴기간 벌어질 의료 대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 진료 체계를 확고히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내놓은 겁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지난 설이나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당직의료기관으로 신청해 줬다"며 의료인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전후로 진찰료·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 한시적 대폭 인상, 중증응급환자 담당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 3.5배 수준 인상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부족한 인력을 보강해 드리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 진료지원 간호사 등 가용 인력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재정을 투입해 응급실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응급 의료 상황 대처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조치를 세운 것은 향후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질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다만 임시방편의 땜질식 대응일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의료계와 정치권을 머리를 맞대야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공의 사태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사진=뉴시스)
협의체 참여 위한 유인책 '전무'…출구 못 찾는 '의정 갈등'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의료계를 잘 설득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만 나왔습니다. 의료계의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 서둘러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절충점을 찾아내지 못한 겁니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의료계가 제시한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에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야당에선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일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해 의료계가 끝내 참여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것이니 문제에서 손 떼고 여야에 맡겨놔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여당에선 여야의정 협의체를 조건 없이 신속하게 출범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모이는 곳"이라며 "어떤 전제조건을 걸어 출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의료계가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 문제에 대해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제기한 장·차관 인사 경질 문제에 대해서도 거부했습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추석 연휴기간 응급 의료 대책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오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응급 의료 종합 상황'을 브리핑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