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후보군 지자체장)3수생 홍준표…여전히 우군은 빈약

‘박정희 광장’ 이어 공원·동상 건립 강행
대구시장 ‘우클릭’ 행보에 TK 열세 극복 총력
당내 유력 잠룡 한동훈 대표와도 대립각
김건희 행보·문재인 가족 수사 등 비판 메시지도

입력 : 2024-09-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여권의 잠룡으로 꼽힙니다. 홍 시장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우직한 보수 행보로 보수층의 지지가 높습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9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대권을 노릴 걸로 전망합니다. 홍 시장이 차기 대권행에 나선다면 19·20대 대선 도전한 데 이어 '대선 3수생'이 됩니다. 하지만 홍 시장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 데다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약점으로 꼽힙니다. 
 
지난달 14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홍 시장은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박정희 마케팅’을 통해 보수 지지층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대구 동대구역 광장의 명칭을 ‘박정희 광장’으로 변경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달 14일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이 지금의 대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산업화 정신을 바탕으로 대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 그 의미를 함께 해달라”고 했습니다.
 
홍 시장은 남구 대명동에 건립 예정인 대구 대표도서관 앞에도 ‘박정희 공원’을 조성하고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 사업들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 시장은 “구미·경주 등지에도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건립돼 있다”며 “대구시가 처음으로 건립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건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홍 시장은 지난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 민심에선 우세했지만, 당심에선 대구·경북(TK)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TK를 중심으로 당심을 결집하면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현재 여론이 윤 대통령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친윤(친윤석열)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보수의 심장에서 친박(친박근혜) 표심을 얻으려는 노력은 계속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의대 증원 유예, 국민 혼란만 초래”
 
홍 시장은 자칫 여의도 정치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있지만, 주요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불가론’을 내세웠다가 한 대표 당선 이후 비판을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입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 홍 시장은 지난 2일 소셜미디어(SNS)에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굴복하는 증원 유예는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정치는 말로 하는 거지만 말만 번지르하고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건 정치가 아니고 국민기만”이라며 “현재의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려면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책이 나와야지 일방적으로 한쪽만 양보하는 대책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15일 대구 북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홍 시장은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캠프에 조경태·하영제 의원만이 합류한 바 있습니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몰렸던 윤석열캠프와 비교할 때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입니다. 홍 시장이 4.10 총선의 참패 책임을 윤 대통령이 아닌 당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돌린 건 당내 친윤 세력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1% 수준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각각 26%, 14%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세훈 서울시장(각각 2%)이 뒤를 이었습니다. 홍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조사에서 1% 수준에 그쳤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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