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의 콘솔 게임 진흥 예산 규모와 사업 방식을 두고 업계에서 비관론이 일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정책 실효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해명하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고 2022년 기준 22조2000억원인 한국 게임 산업 매출액을 2028년까지 30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손오공을 닮은 천명자가 소뇌음사에 들어섰다. (이미지='검은 신화: 오공' 실행 화면)
정부·민간 협력 지원
특히 세계 시장에서 1.5%에 불과한 한국 콘솔 게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콘솔 게임 역량 강화 기반 조성 △맞춤형 제작 지원 △유통·마케팅 지원을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3대 콘솔 플랫폼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닌텐도를 참여시킨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이들 3사와 우수 게임 기획안을 선정하고, 컨설팅으로 게임 제작을 돕고, 최종 평가를 거쳐 플랫폼사 입점과 스토어 내 별도 카테고리로 집중 홍보할 계획입니다. 주요 IP를 활용한 게임은 최대 50개 지원할 방침입니다.
현재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각 사 한국 법인을 통해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술 구현과 제작 노하우 지원, 기획 컨설팅 협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사진 가운ㄷ)와 닌텐도 스위치. (사진=이범종 기자)
하지만 게임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합니다. 콘솔 회사들은 산하 스튜디오에서 만든 독점작(퍼스트 파티 게임) 흥행이 중요합니다. 특히 SIE와 닌텐도가 그렇습니다. '마블 스파이더맨'이나 '파이널 판타지' 신작을 즐기려면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어야 하고,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하려면 닌텐도 스위치를 사야 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선 "다른 콘솔에도 들어갈 게임 제작에 어째서 플랫폼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콘솔 플랫폼사들과 논의를 나눠봤을 때, 콘솔 게임사들이 추구하는 것은 한국 게임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콘솔 게임의 비중이 확대되기 위해 한국의 좋은 콘솔 게임이 많이 발굴될 필요성이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따라서 콘솔 게임 제작과 마케팅, 플랫폼 출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문체부와 콘진원은 콘솔 게임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 지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홍보와 이벤트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엔바토엘리먼트)
예산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
예산 규모도 게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25년 정부안에서 게임 산업 진흥 예산은 713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콘솔 관련 예산은 155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이는 올해 콘솔 예산 68억원의 두 배가 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괜찮은 게임 제작에 드는 비용이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정도"라며 "정부 예산으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할 게 아니라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은 신화: 오공'의 제작비는 약 75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콘솔 게임 축제를 일 년에 두 번 열든지, 학부생 대상으로 글로벌 게임사 관계자를 초청하는 강연을 여러 번 여는 식으로 사람들이 콘솔 게임 제작을 꿈꾸도록 씨앗을 뿌려야지, 열매를 거두려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는 콘솔 진흥책 역시 환경 조성 성격이 짙다는 입장입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콘솔 플랫폼을 키우면 한국 게임의 장르·플랫폼이 다변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콘솔 진흥책이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콘솔로 성공한 게임은 PC 등 다른 플랫폼으로도 출시되는 점을 고려해, 콘솔 시장 개척과 장르 다변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중소 게임사들에 '보조금'을 줘, '스컬'과 '산나비'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저력을 키운 게임사가 규모를 확장하거나 대형사의 스튜디오가 되는 식으로 콘솔 게임의 자원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정부와 플랫폼 3사의 협업 여부와 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아, 향후 지원 받을 업체가 몇 군데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