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작은?" 112만원 'PS5 프로' 논란 가열

받침대·디스크 드라이브 별매
사실상 130만원대로 폭등
PS4 프로는 기본형 가격 유지
가격 정당화할 대형 신작 없어

입력 : 2024-09-13 오후 3:45:5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플레이스테이션 팬들이 소니의 새 콘솔 출시 소식에 환호하는 대신 신중론을 펴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새 콘솔에 적합한 퍼스트 파티 신작 발표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11월 국내 출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PS5 Pro). 본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받침대와 디스크 드라이브는 별매다. (사진=SIEK)
 
가격 폭등 정당화 부족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SIEK)는 11월7일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PS5 Pro)'를 국내 출시합니다. 2020년 11월 PS5가 출시된 지 4년 만입니다. 가격은 111만8000원입니다.
 
SIE는 "많은 분들이 60FPS(초당 60프레임)에서 보다 매끄러운 프레임 레이트와 더 높은 그래픽 충실도에서 실행하는 콘솔을 요청했다"며 PS5 프로를 소개했는데요.
 
PS5 프로는 GPU를 개선해 기존 PS5보다 게임 렌더링 속도가 최대 45% 빨라져, 훨씬 부드러운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역동적인 빛 반사·굴절 효과를 주는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업스케일링인 PSSR(플레이스테이션 스펙트럼 초해상도) 기능으로 선명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기존 PS5 디지털 판은 52만원대, 디스크 판은 64만원대인 데 반해 개선판은 112만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세로 방향으로 세우는 받침대와 디스크 드라이브가 별매인 점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별매품을 합치면 실제 가격은 약 133만원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PS5 프로를 사야만 하는 이유가 될 신작 퍼스트 파티 게임을 동시 발표하지 않은 점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SIE는 PS5 프로의 최신 기술 패치가 적용된 게임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 리마스터', '호그와트 레거시' 등 13개 작품을 제시했는데요. 일각에선 소니가 PS5 프로 발매에 맞춰 즐길 신작을 밝히지 않아 가격 폭등을 정당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니의 가격 정책이 논란을 부른 건 이전 세대 콘솔 판매 전략과도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PS4는 2013년 12월, PS4 프로는 2016년 11월 출시됐습니다. 소니는 PS4를 49만8000원에 출시한 이후 45만8000원, 40만8000원, 37만8000원으로 점차 가격을 내렸습니다. PS4 프로는 49만8000원으로 기본형 정가를 유지했습니다.
 
PS5 프로. (사진=SIEK)
 
"누굴 겨냥했는지 밝혔어야"
 
이번 논란을 두고 소니가 명확한 소비자층을 겨냥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PS5 프로를 사고 싶게 만들 새 콘텐츠를 발표 안 한 점도 있지만, 어느 소비자층을 겨냥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순서가 잘못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콘솔 사업은 하드웨어를 싸게 보급하고 퍼스트 파티 게임을 흥행시키는 구조"라며 "소니는 애플 아이폰처럼 기본형과 프로를 나누고 가격도 차이를 두려는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소니가 PS5 프로는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신작을 보여주고 '이걸 제대로 즐기려면 프로를 사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이라며 "단순히 불특정 다수 게이머에게 '프로가 기본형보다 더 좋은데 가격은 100만원 넘는다'는 식으로 홍보해 빈축을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애플 아이폰은 기본형과 프로 가격이 서로 다르게 책정되고 평가받는다"며 "소니의 잘못된 홍보 방식 때문에, 소비자들은 향후 PS6 가격이 PS5 기본형이 아닌 프로 기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소니가 제품 출시로 보여줄 '결과'에 주목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PC에서도 엑스박스(Xbox) 게임을 할 수 있게 하고, 기존 독점작을 PS에서도 할 수 있게 풀어주면서 독립 콘솔 기기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닌텐도 게임은 애초에 닌텐도 스위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방식의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PS와 정면 대결 상대도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습니다.
 
이어 "현재 소니가 구체적인 부품명과 성능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대량의 PS 게임에 대한 일괄적인 성능 강화를 보장한 것도 아니"라며 "출시까지 남은 두 달 동안 PS 프로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밝히면서 게이머를 설득하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100만원 넘는 가격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지만, 막상 출시된 하드웨어가 같은 가격의 PC를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평가가 뒤집힐 수 있다"며 "PS 포털 리모트 공개 당시 비난 여론이 일었다가 출시 후 품귀 현상이 일어난 선례를 볼 때, PS5 프로가 고가 콘솔에 대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IEK 관계자는 "콘솔 하드웨어에 진보와 혁신을 가져올 기기가 필요했고, 그 제품이 PS5 프로"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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