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리베이트 의혹으로 사정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고있는 고려제약이 창사 4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뉴로메드가 임상적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돼 중추신경계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온 고려제약이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올해는 리베이트 후폭풍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예고했습니다. 탈세 의혹을 받고있는 제약사 중 최근 의사들에게 현금과 골프접대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 중인 고려제약이 대표적으로 세무조사 물망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죠.
수사기관도 고려제약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경찰은 고려제약이 수년간 의사들에게 현금과 골프 접대 등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리베이트 내용이 담긴 엑셀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은 고려제약 임원과 회계 담당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의료파업과 맞물려 제약사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사정기관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집중 타킷이 된 고려제약은 경영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주인 박해룡 회장이 20년간 경영을 이어온 고려제약은 박 회장의 장남 박상훈 대표이사 중심 체제로 변화하고 있죠.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하고 제네릭 위주에서 체질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리베이트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고려제약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치매 치료제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의약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요. 전체 매출액에서 뉴로메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5% 달하는데 지난해 2월부터 판매 중단되며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퇴출된 뉴로메드를 대체할 뇌기능 개선제로 뉴로골린을 허가받아, 5월부터 출시해 판매 중인데요.
상반기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382억8002만원, 영업이익은 86억579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3%, 1.5% 감소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22억3697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매출원가도 229억545만원에서 194억5974만원으로 15.0% 줄어 수익성은 소폭 개선됐습니다.
고려제약은 오너 2세 박상훈 대표이사 경영체제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요. 박상훈 대표이사는 2005년 당시 박해룡 회장과 각자 대표로 취임했고, 2009년 부친의 지분 14.18%를 증여받아 최대 주주로 등극해 고려제약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랐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박상훈 대표이사는 38.84%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제약의 최대 주주입니다.
오너 2, 3세 경영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의 가장 큰 골치는 후계자의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세금 부담으로 섣불리 지분 승계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인데 박상훈 대표는 일찍이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승계 구도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 부진으로 인한 실적 정체와 건기식,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신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성과는 전무한 실정인데요.
고려제약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3%~4%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중은 2.77%에 그쳤습니다. 골다공증, 염증성 장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인 KDC-14-1는 10년 가까이 전임상 전 단계로 독성제거 원료개량 연구 중입니다.
지난 4월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앞에 서 있다. 경찰은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고려제약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