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경영권을 가지고 '쩐의 전쟁'을 벌이는 중인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과 고려아연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국감) 증인으로 나란히 불참했습니다. 이로써 양측이 국회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은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양측의 경영권 공방은 여전히 지속 중입니다. 특히 양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각각 동일하게 맞추면서 또 한번의 가격인상이 관측됩니다.
국회 산자위는 7일 열리는 이번 국감에서 '고려아연 합병과 관련한 적대적 M&A여부'를 신문하기 위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들 모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영풍-MBK연합의 김 회장과 장 고문은 해외 출장을 사유로 각각 국감 불출석 의사를 전했으며, 고려아연의 최 회장은 중요 이사회를 사유로 출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회장은 이날 그의 작은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 이사회에 참석해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영풍정밀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꼽힙니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영풍-MBK 측은 2만원으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2만5000원으로 인상했고, 이후 최 회장 측이 3만원에 대항 공개매수로 맞서자 영풍-MBK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으로 동일하게 올렸습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도 영풍-MBK 측이 제시한 83만원보다 상회하는 가격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당초 66만원이던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가 고려아연이 이에 맞서 83만원에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자 가격을 83만원 맞불 방식으로 상향해서입니다.
이같은 출혈 경쟁의 양상으로 인해 결국 '승자의 저주'를 낳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옵니다. 만약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대항 공개매수가격을 또 올린다면 영풍-MBK 측도 추가 가격을 올릴 확률이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쩐의 전쟁이 '치킨 게임'으로까지 치닫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더라도 차입금 상환 부담과 신사업 동력 상실 등 후유증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