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에 대한 책임자들의 해명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공사를 맡았던 업체인 '21그램'이 왜 관저 공사를 맡게 됐는지가 핵심 의혹이었습니다.
21그램은 실내 인테리어 업체라, 증축 공사를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었습니다. 공사 과정에선 18개 이상의 회사에 하도급을 줬는데, 이 중 15개는 무자격 업체였습니다. 행정안전부와 비서실은 핵심 국가시설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따지는 준공검사를 아예 하지 않은 채, 자체 안전 점검만으로 서명을 해줬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저 공사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당시는 정부 출범 상황이었고, 행안부가 달라붙어서 아주 꼼꼼하게 준공 검사를 못 했다"며 "대통령실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냈고, 그걸 믿고 서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장관은 '21그램을 김 여사가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며 "행안부와 21그램 사이 체결된 계약서는 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굳이 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 못 했다는 게 무슨 의미냐'는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 질의엔 "행안부 입장에서 국가안보상 직접적으로 도면이나 계약서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감사원 보고서에 명확히 나타나 있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행안위 의원들이 관저 증축 실무를 맡았던 2명의 행안부 과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하자, 이 장관은 "행안위의 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전달했으나 제가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저 불법 증축'에 대한 관리 부실을 이유로 이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 장관은 "사과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관저 공사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도 비슷한 취지의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묻는 말에 "기억이 안 나지지 않지만, 김건희 여사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업체 추천 시점은 인수위 초기였기 때문에 하는 일이 많았다"며 "집무실 이전이 급선무였고 관저는 후순위였다"고 덧붙습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한국공항공사 사장 최종 후보 5명에 포함된 상태입니다. 이에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대통령 관저같이 중요한 공사에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도 못 하는 분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관련 질의에 '국토부가 관저 계약 주체가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책임 소재에 선을 그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등 위반 법률 소관은 국토부가 맞지만, 이미 감사로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상황에서 사후 조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따지는 것만 국토부 책임이라는 설명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