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철통같던 국민의힘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다음 표결 때는 이탈표 단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건데요. 결국 김 여사 사과의 골든타임이 다가왔다는 당내 의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사과, 빠를수록 좋다"…커지는 당내 요구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는 "특검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특검법안은 민주당 마음대로 (수사 검사를) 골라서 전횡할 수 있는 내용이고,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더 노골적으로 검사 보복을 가하고 판결에 불복하고 정부여당을 공격할 것"이라며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되긴 했지만 이탈표 발생에 따라 당내 분위기는 미묘합니다. 특검법을 막아서긴 했지만 분명히 이탈표가 확인됐고,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저와 당 내외 많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임 초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언급해 온 연장선입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요구 당시에도 김 여사의 사과를 요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당내에서도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민심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당내에서는 김 여사 사과의 마지막 기회가 왔다는 의견 표출이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당내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여사 사과는 빠를수록 좋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김 여사의 사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적절한 기대"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국회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견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 여사 사과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추석 전에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늦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진정성이 훼손되기 전에 좀 더 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사과의 시기는 고려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문제는 문재인정부 검찰에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 만큼 불기소되는 것은 명확하다"면서도 "법률적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불기소 이후에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며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사과에 대한) 개인적 의견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당직을 맡고 있는 이상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과 미루는 용산…골든타임 놓칠 수도
김 여사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실도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문제 해결 뒤로 시기를 미루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의 배후로 김 여사가 거론되고 있어 리스크는 누적되고 있습니다.
여권이 이번까지는 단일대오를 통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했지만 다음 특검법 표결에서는 이탈표 단속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야권에서 특검 추천권과 수사 대상 의혹의 수를 조절하는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여당 내 소장파 이탈표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당을 설득하기 위한 '당근'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국정감사 기간 야당이 이른바 '김건희 국감'을 만들 경우 방어에도 한계가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