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되면서 채권 및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유입과 국채금리 하락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외인 자금 비중이 커지는 만큼 대내외 변동성으로 인한 자금 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고채 3~10년물 유입 기대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 국채를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는 지난 2022년 9월 WGBI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이후 네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채권 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와 함께 국채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WGBI 편입으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201조 30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WGBI는 약 2조5000억~3조달러(약 4000조원) 규모의 자금이 추종하는 세계적 채권지수입니다. 한국은 이 지수에서 약 2.22%의 비중을 차지해 최소 500억달러(약 70조원)의 자금이 내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한국 국채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 성향이 장기 투자로 강화될 전망"이라며 "WGBI 내 만기별로 국채 비중을 보면 1~3년물이 25%, 3~5년물 18%, 5~10년물 27%, 10년 초과 29%다. 지수 편입시 외국인 매수는 3~10년물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인 자금 선제적 유입
다만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돼 추가 유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은 지난해부터 부각된 이슈"라며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듀레이션은 2022년 말~2023년 초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2023년 이후 외국인 국고채 잔고 순증가분(41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추가 유입 가능 금액을 약 32조7000억원, 외국인 국고채 시장 비중은 27.6%로 예상했습니다.
WGBI 편입에 따라 장기 자금이 유입된다 하더라도 대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자금 흐름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WGBI에 편입되면 반대로 향후에 지수 편출 이슈가 발생할 경우 급격한 유출 위험도 상존한다"며 "포르투갈의 경우 WGBI 편입됐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이유로 지수에서 편출됐는데, 이 때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WGBI 편입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 확대로 대외충격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대외 이벤트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채권 및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환율 안정화 효과는 '글쎄'
WGBI 편입이 외화조달 시장에는 달러 유동성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원달러 현물시장에는 단발성 가격 변동 재료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한국 WGBI 편입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도 원달러환율이 단기적으로 1320원 아래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보다 먼저 WGBI에 편입된 멕시코, 남아공 사례를 보면 단기적으로 멕시코 페소화, 남아공 랜드화가 1% 이상 절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하락이 한 달 이상 지속되지 않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2010년 이후 WGBI 편입 사례를 보면 지수 편입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면서 "중국 위안화와 뉴질랜드 달러화도 WGBI 편입 후 단기적으로 통화 가치 강세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길게 보면 편입 발표 당시보다 통화가치가 절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민 연구원은 "외화조달 영역에서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확대는 외환스왑(FX Swap), 통화스왑(CRS) 매매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해외투자 수요가 있는 원화자금 주체 입장에서는 달러자금 공급 확대로 조달 난이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 연구원은 "안전투자 속성을 띄는 채권투자는 환헤지를 병행하기 때문에 추정 유입금액(기재부 추정 월 30억~45억달러)은 달러와 원화를 물물교환하는 스팟시장이 아니라 원화와 달러 자금을 상호 대여하는 조달시장으로 들어온다"면서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가 원화 강세, 환율 하락 재료로 소화되는 주식 투자와 동일선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