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내수 판매량 '마이너스'…불안한 '자동차산업'

자동차 수출액 9월 중 '최고치'
축배 어려워…9월까지 친환경차↓
수출량은 호황기 회복 어려워
배터리 인증제 내민 정부…불안 해소 미지수
차 제조업 BSI↓…차·부품 EBSI '100' 아래

입력 : 2024-10-17 오후 5:42:51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이 9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축배를 들 수도 없는 분위깁니다. 글로벌 시장의 전기동력차 전환의 속도가 늦어지는 데다, 내수 판매의 감소세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율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황기 때처럼 수출량 회복은 어렵다는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4분기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유럽 시장의 경쟁과 내달 미국 대선 여부가 최대 난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올해 1~9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 내수 판매량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9월 수출액↑…친환경차 누계 1.7%↓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5억 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4.9% 증가했습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8.2%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는 9월 수출 중 최고 실적이라는 게 정부 측의 평가입니다.
 
기존 최고 실적은 2023년 9월 52억 달러였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출액으로 따지면 전년 동기와 유사한 520억대로 1.6% 증가한 수준입니다.
 
친환경차(승용)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2.3% 증가한 19억6000만 달러로 넉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올 1~9월 누계로 보면 176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7% 성장세를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 폭이 큽니다.
 
9월까지 국내 생산, 내수 판매량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생산량은 30만7000대로 전년보다 1.7% 증가했으나 1~9월까지 -3.8%의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2.3% 감소한 13만1000대에 그쳤습니다. 1~9월까지 누계로는 8.1% 감소했습니다. 수입차는 0.2% 증가한 반면 국산차는 9.6% 급감했습니다. 9월 한 달 기준으로는 각각 2.2%, 2.6%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올해 1~9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 내수 판매량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200만대에 그친 수출량…전기차 회복 '미지수'
 
더욱이 수출량으로 보면 지난해 1~9월 기준 204만9998대, 올해 기준 206만2685대로 0.7% 증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말까지 실적으로 보면 수출량은 277만대로 10년 전인 2014년 수출(306만대)보다 약 30만대 적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의 쏠림과 환율이 수익성에 영향을 주면서 자동차 수출액이 올라간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수출량은 호황기 때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하이브리드차가 선방하고 있지만 순수 전기차의 회복세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커지면서 정부도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 시범 사업을 꺼냈지만 판매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전기차 화재 예방과 대응안은 전무한 데다, 배터리 열폭주 화재를 진압할 인증된 소화기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김동욱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와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범사업 실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사업에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참여한다"며 "전기차 및 배터리 안전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안전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올해 1~9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 내수 판매량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4분기 전망 '흐림'…미 대선 '최대 난제'
 
자동차 제조업의 4분기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집계한 '4분기 매출 전망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94로 전기와 비교해 4포인트 하락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BSI는 기준치 '100' 이상일 경우 경기 호전을,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합니다.
 
4분기 세부품목별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도 자동차·자동차부품 지수는 98.7로 100보다 아래를 향해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탈 가격 안정화는 긍정적이나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판매 가이던스 현실화 및 소재 기업들의 투자 계획 하향 조정 국면에서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재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산업의 침체 장기화가 전망된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 EU 탄소배출 규정 등의 여파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향배도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해리스(민주당) 집권 때에는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등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유리한 협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공화당) 집권 시 추가 관세 부과 등이 최대 난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자동차·시스템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전체의 전기동력차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전환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적 대응 병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동차 공급망, 특히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되고 있어 우리 자동차 산업(기업) 주도로 공급망 다변화 및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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