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미래에셋증권, 대형 CB발행 주관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이자율 0%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 주관
한투로 가닥 잡힌 CB 주관, 박현주 회장이 뒤집어
주가 부진으로 이익 내기 힘든 딜…내부서 고심

입력 : 2024-10-2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18: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오는 11월 4000억원 규모 하이브(352820)의 전환사채(CB) 발행 주관사로 나선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고민이 깊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의지로 대형 딜을 맡았지만 정작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4000억원 하이브 CB 발행 주관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 4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전환가격은 주당 21만8000원으로 만기 이자율과 표면 이자율은 모두 이전 3회차와 동일한 0%로 책정됐다. 
 
 
이번 CB 발행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상자로 나선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액의 대다수인 3900억원을 인수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나머지 100억원을 맡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물량도 인수 후 제3자에게 다시 파는 '셀다운' 방식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1년 진행된 3회차 4000억원 규모 CB 발행 때도 39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총 인수액 중 2400억원가량을 셀다운했고 1500억원은 보유 중이다. 당시 이자율은 0%였다. 여기에 더해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이 없었다.
 
이번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은 3회차 CB 차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3회차 CB 만기는 내년 10월이지만 전환가격 38만5500원 대비 현재 하이브의 주가가 주당 18만원 내외에 거래되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조기상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조기상환 기일은 오는 11월5일까지다.
 
박현주 회장 요청에 미래에셋 손으로
 
하이브의 CB 주관은 지난 8월부터 IB업계에서 주요 화두였다. 표면적으로는 리픽싱 조항도 없고 이자율도 0%인 악조건이지만 중형급 이상의 딜이고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 BTS 멤버들의 군 전역이 앞둔 상황이라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주관 발행사 선정 경쟁에 뛰어든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3회차 CB 발행을 주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브의 IPO 대표주관사, 삼성증권은 하이브의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자문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처음 한국투자증권이 하이브에 전환 가격 할증률을 훨씬 높은 수준으로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발행규모 면에서도 4000억원 이상을 불렀다”라며 “미래에셋증권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되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뒤엎은 것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참여하는 한 친목모임에서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방 의장도 하이브가 가장 힘든 시기에 손을 내민 미래에셋증권의 제의를 외면하기 힘들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박 회장이 이번 딜에서는 관심을 보이며 주관을 이끌었다”라며 “대형딜은 미래에셋이 해야 한다는 일종의 자존심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내기 어려운 구조…내부서는 고심
 
딜 주관에 성공은 했지만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는 고민이 깊다. 앞서 CB 투자로 데인 적이 있어서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지난 2023년 2분기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발행한 CJ CGV의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공모 과정에서 미매각 물량 2305억원을 떠안았다. 이후 CJ CGV의 연이은 사업 부진과 유상증자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7000원대까지 떨어지며 손실 처리했다. 당시 전환가격은 2만2000원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약 500억원, 주식담보대출 관련 미수채권 충당금 약 260억원,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약 150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3회차 하이브의 CB 발행 주관도 BTS의 군입대와 하이브를 둘러싼 여러 사태들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실패한 딜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풋옵션 청구 후 원금만 받는 게 당초 분위기였지만 오너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는 CGV건으로 고생한 데다 하이브의 3회차 CB에서도 이렇다 할 이익을 내지 못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라며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 주관을 맡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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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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