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손 들어준 법원

재판부 "공개매수, 주총 결의 없어도 자본 시장법 위반 아냐"
최 회장 측 "의결권 강화를 통해 국가기간산업 훼손 막을 것"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본안소송으로 책임 물을 것"
우호 지분 확보 동반한 지분 경쟁될 듯…국민연금, 핵심 '키'

입력 : 2024-10-21 오후 3:33:55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법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로써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과 이를 수성하려는 최 회장 측 간의 분쟁이 지분 매입 경쟁과 명분 싸움 등으로 더 길어질 전망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MBK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 영풍·MBK 연합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1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습니다. 
 
1차 가처분 기각 직후 다시 제기된 2차 가처분마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영풍·MBK 측이 무리한 공세를 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법원 결정에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는 사실을 반증한다"며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처럼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의결권 강화를 통해 MBK·영풍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2차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하자, 영풍·MBK 측은 자사주 매입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겁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영풍·MBK 측은 가처분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본안소송으로 다툼을 이어갈 작정입니다. 
 
영풍·MBK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입장은 고려아연의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이사의 배임에 해당하며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이사회 결의만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지켜본 뒤, 임시주총 개최 유무에 대해 밝힐 계획입니다.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 지위 유지 목적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결국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피해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결과를 지켜본 후,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예정대로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다만,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매수 직후 소각될 방침입니다.
 
결국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베인캐피털을 통해 얻는 우호 지분 최대 2.5% 뿐입니다. 애초에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저지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자, 최 회장 측은 83만원에 자사주 대항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어 영풍·MBK 측이 다시 가격을 83만원으로 올렸으며, 최 회장 측은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하는 승부수를 펼쳤습니다.
 
이후 영풍·MBK 측은 공개매수를 먼저 끝내고 지난 14일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 지분율을 38.47%로 높였습니다. 이는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인 33.99%보다 4.48%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털과 함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치면 지분율은 최대 36.49%로 높아져 영풍·MBK 연합과 차이는 2% 안쪽으로 좁혀집니다. 그 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 전체 주식이 270만3283주에서 1863만2955주로 줄어듭니다.
 
이 때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집니다. 양 측 모두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를 동반한 지분 경쟁이 필요한 겁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이 현재 7.83%가 유지된다면 자사주 소각 후 8.7%로 커져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분쟁 마무리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일 MBK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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