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대주주 오른 MBK·영풍 연합…의결권 가져올까

MBK·영풍 연합, 고려아연 지분율 기존 33.13%에서 38.47%로 ↑
조만간 이사회 선임 관련 임시 주총 열 전망…이사회 장악 목적
경영권 방어 고려아연, 시세조종 의혹 제기…금감원에 조사 요구
MBK·영풍 측 반발…"고려아연, '아니면 말고 식' 근거 없는 의혹"

입력 : 2024-10-17 오후 4:42:3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MBK파트너스(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5.34%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로써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증가했습니다.
 
향후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 상황을 가정하면 MBK·영풍 연합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경영권 방어가 시급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행위를 한 의혹이 있어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 조사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MBK는 17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5.34%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하면서 "주주들과 자본시장으로부터 고려아연의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다시 바로 세우겠다는 공개매수 본래 취지가 인정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결과보고서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한 110만5163주(5.34%)를 전량 매수합니다. 양사는 공개매수 예정 주식 수 비율대로 나눠 MBK가 110만1510주(5.32%)를, 영풍이 0.02%에 해당하는 3653주를 각각 확보합니다.
 
이와 관련 MBK·영풍 연합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자본시장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라며 공개매수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MBK·영풍 연합은 "주주들이 MBK·영풍에게 5.34% 의결권 추가 지분을 몰아주게 된 가장 이유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면서 남은 주주들에게 그 피해가 전이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차입금으로 안정적이던 고려아연의 부채 비율이 100%에 이르게 됨은 물론,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최 회장에 대해 선을 긋는 주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김광일 MBK 부회장(왼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5% 이상 확보에 성공하면서 최 회장 측과의 공개매수 대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입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15.65%, 한화와 현대차, LG화학 등 우군으로 꼽히는 주주들의 지분을 더해도 34.01%입니다.
 
또 최 회장측과 공개매수 우군으로 나선 베인캐피털이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최대 목표 지분 2.5%를 모두 더해도 36.51% 수준입니다.
 
다만, MBK가 단독으로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830주 응모에 그쳤습니다. 이는 목표 수량인 684만801주(영풍정밀 발행주식총수의 43.43%)에 크게 못 미친 정도입니다. 당초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숨은 승부처로 여겨졌습니다.
 
지분율을 올린 MBK·영풍 연합은 곧 이사회 선임을 위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최 회장 측의 이사회 인사구성을 깨야해서입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 13명 중 MBK·영풍 연합의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유일합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이날 금감원에 MBK·영풍 연합의 이번 공개 매수 과정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조사를 요구한 부분은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오후 1시 12분 당일 최고가인 82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 가격을 MBK·영풍 연합(83만원)보다 높은 89만원으로 상향하고, 최대 매수 물량을 총 17.5%에서 20%로 확대한 것이 영향을 미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됐습니다.
 
당일 한때 장중 주가가 83만원에 근접하면서 시장에서는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최고가를 찍은 뒤 약 2시간 만에 당일 최저가인 77만9천으로 내려갔으며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0.1%(1000원) 내린 79만3000원에 장이 마감됐습니다.
 
고려아연은 "당시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후 특정 시간대에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며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같은 고려아연의 주장에 MBK·영풍 연합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반발했습니다. MBK·영풍 연합은 "주당 6만원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이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최윤범 회장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고려아연이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며 일축했습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개최했던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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