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여론전’ 돌입…관건은 ‘국민연금’

2차 가처분 기각되자 최 회장 측 긴급 기자회견 개최
"실패한 회사 '영풍', 지배구조 개선 언급은 어불성설"
영풍 측 "최 회장 전횡으로 고려아연 '거버넌스' 훼손"
최 회장 측 "수익률 제고 등 국민연금 바른 판단 믿어"

입력 : 2024-10-22 오후 4:06:27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우군 확보 여론전으로 돌입했습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MBK) 연합이 제기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현 경영진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 중지 2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입니다.
 
향후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끝난 뒤에도 양 측 지분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추가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가 필요합니다. 현재 7.83%의 고려아연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을 향해 의결권을 행사할 지가 관건으로 떠오릅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 대표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시작된 MBK, 영풍의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공개매수 시도 이후 무려 40일 가까이 지났다"며 "영풍의 강성두 사장은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가 주당 100만원이 넘는다는 주장을 하는 등 그들 스스로도 일관성이 전혀 없는 뻔뻔한 거짓말과 시장교란행위를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에서는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의 난무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가는 널띄기 그 자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MBK는 오로지 거대 자본만을 무기로 상대방을 기습적으로 밀어붙여 돈이 되는 회사를 헐값에 약탈하는 기업사냥꾼일 뿐이고 고려아연의 사업과 가치를 분석하거나 평가하고 논할 전문성도 능력도 없다"며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난 25년 동안 98분기 연속 흑자를 시연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배당 등의 최고 수준의 주주 환원과 사회 환원을 이행하는 동안 실적 악화와 환경 오염 등으로 지탄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MBK와 영풍은 부끄러움도 없이 뻔뻔하게 막연히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구체적 계획이나 대안이 없는 허구의 구호에 지나지 않음은 물론"이라며 "MBK 같은 기업사냥꾼이나 영풍 같은 실패한 회사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지난 21일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에 대한 판결문에서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은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며 "이는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은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영풍·MBK 측은 "주주들이 저희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해주신 것은 최윤범 회장의 전횡으로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가 훼손됐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하락했다는 최대주주의 진심어린 우려를 지지해줬기 때문"이라며 "남은 주주분들은 현재 최윤범 회장이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해 2조7000억원의 막대한 차입금으로회사의 재무구조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히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끝으로 "최윤범 회장은 수 많은 의혹으로 점철된 이그니오 투자 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등에 대해서 이제라도 주주들에게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날 현대차와 L,G 한화그룹 등 최 회장 측의 우군으로 꼽히는 기업들의 이탈 확률과 관련해 "전혀 그렇지 않을 거다라고 믿는다"며 "과거에 저희들의 의결권 행사 시 주총 때 반영하셨던 결과들을 보면 충분히 유추하실 것이고 그걸 믿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영풍·MBK 측은 공개매수를 먼저 끝내고 지난 14일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 지분율을 38.47%로 높였습니다. 이는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인 33.99%보다 4.48%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털과 함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치면 지분율은 최대 36.49%로 높아져 영풍·MBK 연합과 차이는 2% 안쪽으로 좁혀집니다. 그 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 전체 주식이 270만3283주에서 1863만2955주로 줄어듭니다.
 
이 때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집니다. 양 측 모두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를 동반한 지분 경쟁이 필요하게 됩니다.
 
특히 현재 고려아연 지분 7.8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현 지분을 유지한다면 자사주 소각 후 8.7%로 커집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임시 주총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인 셈입니다. 
 
박 사장은 국민연금의 판단 예상에 대한 질문에 "국민연금이 어떻게 판단할 거냐는 예단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면서도 "이번 국정감사 때 박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말씀하셨던 부분을 들어보면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을 하시겠다고 했으니 그걸 믿고 기다리겠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최 회장 측은 이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 중 하나로 불렸던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했습니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지난 2일에서 21일까지 진행한 영풍정밀 보통주 공개매수 청약 결과, 최대 매수 목표인 551만2500주의 99.6%에 해당하는 549만2083주를 확보했습니다. 사실상 목표 물량을 채운 셈입니다. 
 
영풍정밀 관계자는 "이번 영풍정밀 공개매수 결과로 MBK는 고려아연 지분경쟁을 둘러싼 명분싸움에서 궁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며 "고려아연 주주들 역시 이번 결과를 지켜보며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과 비전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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