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지난해 12월 18일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보도했다. 이날 발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씨,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31일 오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 대선을 전후로 7차 핵실험을 위한 풍계리 3번 갱도 핵실험 준비까지 마친 상황인데요.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와 7차 핵실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은 '레드라인'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신호탄을 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정은 "핵무력 강화노선 절대 바꾸지 않아"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10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습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곧바로 "매우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진행된 이번 시험발사는 전략미싸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세계 최강의 위력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과시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무력 강화로선(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통상 ICBM 발사에 대해 다음날 보도하는데 이례적으로 당일에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달 18일 이후 43일만으로 당시에는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탄두가 4.5t에 달하는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순항미사일을 섞어 도발에 나섰습니다.
ICBM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18일 '화성-18형' 발사 이후 10개월 여 만인데요.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발사한 ICBM은 지난해 12월보다 약 12분 더 긴 비행으로 총 86분의 최장 비행기록을 경신했습니다.
ICBM의 경우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하면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까지 시험할 수 있는데, 북한은 이날 고각 발사로 대신했습니다. 미 대선을 겨냥해 일정한 영향력은 주되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날 발사한 ICBM의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1만 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 타격이 가능한 '화성-18형' 개량형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미국 서부는 물론 워싱턴DC와 뉴욕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의도로는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과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재진입 기술(검증)은 다시 한번 정각으로 발사했을 경우에 완료될 것이고, (고각 발사한 것은) 북한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군을 파병한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상응하는 대가로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사진=뉴시스)
미 대선 전후 7차 핵실험…우크라 전선 투입까지
한·미 국방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30일(현지시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을 개최한 직후 이어진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신규 대북 독자제재를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북한의 상습적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대한 보다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위해 우방국 및 유엔과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날 발사한 ICBM은 핵실험과 함께 북핵 위협의 '레드라인'으로 평가됩니다. 정상각도 발사 시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한 핵실험장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6차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에는 4개의 갱도가 있는데, 7차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3번 갱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여기에 <CNN>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투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우리 국정원도 북한군 약 1만900명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마친 뒤 12월 이후 전선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전선 투입은 국제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레드라인'인데요. 북한이 7차 핵실험과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도발에 더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신호탄을 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