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산업계가 세계 1위와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등의 글로벌 공급망 전쟁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의 조달부터 완제품의 최종 소비에 이르는 재화나 서비스 그리고 정보의 연결망을 뜻하는데요.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돼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미·중 공급망 전쟁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20년 1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앉아 1단계 미중 무역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경제 불확실성 우리 경제 '악영향'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바람이 거센 상황인 데다가, 중국은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위기로 다가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일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한화로 약 61조7000억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3억~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미국이 FTA 상대국인 한국에 직접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대미 수출 감소, 다른 국가로의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한국을 포함한 FTA 상대국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5% 경제성장 달성을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각종 부양책을 내놓은 중국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 우대금리(LPR)를 3개월 만에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경기부양책은 어떻게든 5% 안팎이라는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으로 보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습니다. 로이터 예상 4.5%는 상회했지만 1분기(5.3%), 2분기(4.7%)를 하회했으며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둔화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조달하는 원자재와 부품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에서 조달하는 배터리 원자재들 가격에 따라 배터리의 가격이 달라진다"며 "이에 따른 배터리 가격 등의 연쇄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이슈(그래픽=뉴스토마토)
"공급망 다변화·재고 확보 통해 이슈 해결 주력해야 "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외에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즉각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위기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2024년 글로벌 이슈 및 대응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23.0%)를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이슈로 꼽았습니다.
이어 ‘미국 고금리 기조 장기화’(18.0%), ‘전쟁 장기화 및 지정학적 갈등 확산’(17.2%), ‘미중 갈등과 탈중국 필요성 증대’(14.8%), ‘보호무역주의 강화’(8.2%), ‘세계경제 피크아웃에 따른 글로벌 수요침체’(7.4%),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심화’(4.9%) 등을 주요 이슈로 답했습니다.
코로나가 지나며 몇 년간의 극단적 공급망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기장, 각국 수출통제 등이 진발하며 공급망 리스크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의 지속, 본격화되고 있는 EU의 환경규제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도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633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우리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공급망 문제를 경험했으며, 이 중 85.8%는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가현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지속되는 위기 속에서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 전반의 가시성을 확대하고 상시 점검체계를 구축해 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공급선 다변화, 재고확보 등 시급한 공급망 이슈 해결에 주력하는 한편, 향후 리스크로 적용할 수 있는 각국의 규제 및 정책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