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무너졌습니다. 공천 개입 의혹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에 대한 악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심리적 탄핵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지지율이 붕괴되면서 야권에선 특검을 비롯해 탄핵·하야·임기단축 등 윤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 개입 의혹이 증폭됐던 시기인 2016년 10월 말 처음으로 지지율 10%대를 기록했는데요. 여당 내부에선 "탄핵 전야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1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0월29~31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9%였습니다. 부정평가는 72%였습니다. 지난주 조사 결과(10월22~24일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20%였고, 부정평가는 70%였습니다.
김건희 리스크에…윤 지지율 '10%대'
역대 대통령들의 선례를 보더라도 대통령 임기 반환점(11월10일)에 이르지도 않은 시점에 20% 선이 깨진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번 조사에선 지난달 31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의 영향이 다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지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을 포함한 모든 연령에서 부정평가가 높았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지지율마저 20% 선이 무너졌습니다. 대구·경북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8%포인트 하락하며 18%를 기록했고, 부정평가 68%로 70%에 달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긍정평가와 부평가가 44%로 각각 같았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가 첫손에 꼽혔습니다. 부정평가 이유로 17%가 '김 여사 문제'를 선택했는데요. 김 여사 문제는 2주 연속 부정평가 이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10월27∼28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면접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7%였습니다. 부정평가는 78%로 나타났습니다. 보수진영의 강제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3%로, 20%대에 불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은 지지율이 35%에 그쳤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긍정 50% 대 부정 45%였습니다.
헌정 역사상 국정농단 사태로 첫 탄핵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 개입 의혹이 증폭되던 2016년 10월 말 지지율이 17%였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 20%대의 벽이 무너졌는데요.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의 험난한 국정 운영이 예상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뉴스토마토)
'콘크리트' 박근혜도 5% 급락 뒤…'탄핵 국면' 전환
여당 내부에선 2016년 시작된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꼭 탄핵전야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밝혔고, 5선 중진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2016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똑같다"며 "데자뷔,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정치권 현 상황이 '박근혜 탄핵 정국'과 유사했는데요. 당시 2016년 10월 중순에 국회 국정감사가 끝났고, 당시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개입 의혹이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시기인 10월1주차 때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20%대 진입했고, 10월2주차 땐 26%까지 하락했습니다. 당시 국감이 끝난 이후인 10월3주차 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5%까지 내려갔습니다.
당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으로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하락하자,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때 개헌이란 승부수까지 꺼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바로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면서 '최순실 국정개입'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됐는데요. 태블릿PC 보도 이후 10월4주차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7%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지지율 20% 선이 붕괴됐습니다.
바로 그다음 주 11월1주차 조사 땐 지지율 5%를 기록, 한 주 만에 12%포인트나 급락하며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진행된 12월9일 전까지 한 달간 4~5% 지지율에 머물렀고,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하면서 탄핵 당해 물러나야 했습니다.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이후 하방 압력으로 인해 급속도로 지지층이 붕괴된 겁니다.
야권에선 최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대통령 임기 단축부터 자진 하야,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의 음성까지 공개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넘어 '탄핵'까지 바로 쏘아 올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일 장외 투쟁이 향후 하야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달 중 탄핵소추안을 완성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일각에선 '임기단축 개헌’' 이야기도 나옵니다. 장경태·민형배 민주당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를 만들겠다며 참여 의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2026년 지방선거 전에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지방선거와 동시에 대선을 하자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임기는 1년 줄어들게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