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 거품 걷히나…건전성 제고 안간힘

당국, 해지위험 '과소산출' 제동
자본확충 늘수록 보험료 상승 우려

입력 : 2024-11-04 오후 3:06:0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새 회계제도(IFRS17)에 따른 보험사들의 '실적 거품'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본 건전성 관리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을 산출할 때 위험 반영을 확대해야 하는데요. 적극적으로 자본확충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최종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무저해지보험 '위험 반영' 강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안착을 위해 보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저해지상품의 위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정교화하고 업무보고서 신설과 제재근거를 마련해 무분별한 사업비 확대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세부 공시를 확대해 재무정보 신뢰도를 높이고 엄정한 외부검증을 유도합니다.
 
IFRS17 적용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이 이익의 원천이자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각됐습니다. 보험계약으로 인한 수익과 비용을 계약 전 기간에 나누어 인식하는 발생주의에 따라 사업비 부담이 경감된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계약마진 확보를 위한 신계약 유치 경쟁이 사업비 경쟁으로 확산되며 고무줄식 회계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 등 장기 리스크가 내재된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경쟁이 과열됐습니다. 이로 인해 현행 건전성 제도인 킥스의 리스크 측정방식과 재무정보 신뢰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킥스의 해지위험액을 정교화하기로 했습니다. 킥스를 산출할 때 보험사가 예측하지 못한 해지 위험을 요구자본에 반영하는데, 무·저해지상품은 일반적인 표준형 상품과는 해지위험의 방향이 달라 위험액이 과소산출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무·저해지상품은 현 시점에서 대량 해지가 이뤄질 경우 환급금이 없거나 적습니다. 납입 후반부 계약의 경우에는 대량 해지시 오히려 보험사의 순자산이 증가하는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한 해지가 이뤄질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보험료 인상, 지급불능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상품을 일반적인 표준형 보험 상품과 구분해 해지위험을 분리 산출하고, 해지시 순자산이 증가하는 상품의 경우 해지율 감소 충격을 적용해 킥스를 산출하도록 정했습니다. 캐나다 생명보험자본적정성제도(LICAT)와 동일하게 해지율 40% 하락 충격을 적용합니다.
 
금융당국이 IFRS17 안착을 위한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방안,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보험개혁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위)
 
보험사 자본확충 비상
 
보험사들은 킥스 유지를 위한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리며 덩달아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습니다. 보험사들은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비율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올 초부터 신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1조1000억원, 후순위채는 3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날 현대해상(001450)은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습니다. 6월 5000억원에 이어 올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한 현대해상은 킥스 비율이 170% 중반대로 올라설 예정입니다.
 
교보생명도 오는 5일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교보생명은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예정입니다. 교보생명은 지난 8월에도 7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 확충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기준금리 하락기에는 자본과 자산에 비해 부채 규모가 더 늘어나면서 킥스 비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IFRS17 제도에서 보험부채는 시가로 평가하는데, 금리 하락기에는 자본에 비해 보험부채가 더 커지게 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비율을 인정해 줬던 것을 현실화하면서 킥스 비율이 떨어졌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자본성 증권 발행에 이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투자 환경 자체도 위축되는데, 소비자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료 상승이라는 금융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금리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저축성 보험 등에 주력하는 생보사의 경우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위축될 우려도 나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신보험 대비 건강보험 수요가 많아 손보사보다 생보사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변동을 많이 받는 생보사에겐 찬물 끼얹는 정책"이라며 "저축성 상품 등의 경우는 저금리로 내려가면 역마진 우려도 있어, 고수익·고위험 상품 판매를 줄이고 금리 영향이 크지 않은 상품 위주로 팔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들은 연초부터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비율을 맞추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보험사의 텔레마케팅 사무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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