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공매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습니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해야 새로운 대출을 위한 자금 순환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경공매 실적이 부진한 저축은행 CEO를 소집해 개별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저축은행중앙회를 비롯해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 대표들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정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라고 당부한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2금융권 내에서도 경공매 대상 사업장 정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의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규모는 2조1000억원에 달하는데, 실제로 정리된 규모는 1800억원으로 8%대에 불과합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PF 매각 속도가 느린 원인으로 높은 입찰가를 지적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공자산 공매시스템 온비드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대출 원금 대비 120~130% 수준의 입찰가를 책정한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금리 인하기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한 저축은행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PF 사업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경공매 입찰가를 대출 원금 이상으로 산정해 거래가 이뤄진다면 저축은행은 그 차액에 더해 충당금까지 환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저축은행들은 경·공매 입찰가를 대출 원금 대비 30% 수준으로 낮춰도 손실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이 입찰가를 높게 설정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경공매에 참여하면서도 실질적인 거래는 진행하지 않는 '버티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업계에서 기대하는 향후 2~3배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은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지금의 가계부채 수준이나 향후 경제성장 동력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은 매수자가 나타나고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찰가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저축은행 CEO들을 소집해 경공매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을 경우 현장 점검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1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공매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