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여야의정' 개문발차…뒷짐 진 '이재명'

여야 제안 두 달 여만…한동훈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
박주민 "일정 전달받은 바 없어…진정성 있는 논의 바라"

입력 : 2024-11-11 오후 6:05:1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처음 제안한 민주당과 의정갈등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가 불참하면서 '반쪽'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는데요. 정부와 여당은 첫 회의 진행 자체에 의미를 두며 연말까지는 성과를 도출하기로 뜻을 모은 반면, 민주당과 전공의 단체는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우선 요구하고 있어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사진=연합뉴스)
 
매주 2회 회의…"크리스마스 선물 안길 것"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출범식 겸 1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월4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자"고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달 6일 "의료 공백 해소와 지역·필수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화답한 지 약 두 달 만인데요. 
 
이날 회의에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의힘에서는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이 자리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참석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 출범이 쉽지 않을 줄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민큼 신뢰의 균열이 깊었다"면서도 "의료 사태가 촉발된 이후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 앞에 마주 앉았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입을 열었는데요. 
 
이어 그는 "당은 오직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겠다"며 "협의와 조정의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늘 이 자리는 그간의 단절과 그로 인해 깊어진 서로 간의 이해의 간격을 메우는 시작이란 점에서 늦었지만 만남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의료개혁은 우리 의료의 체질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종합 대책이고,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연말까지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 아래 매주 일요일 전체회의, 주중 소위원회 등 주 2회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김성원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협의체가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영하지만 가능한 12월23일 이전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만희 의원 역시 "참석자 모두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빠른 해결을 내자는 데 동의했다"며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야당 불참' 책임 전가에…민주 "보여주기식 논의 안돼"
 
다만 이들은 민주당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재명 대표를 압박했는데요. 한 대표는 "협의체는 당초 민주당이 먼저 발언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앞에서 정쟁은 잠시 멈추자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이 바라시는데 왜 그거 못 해 드리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최고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겨울이 오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 안되면 국민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고 민주당의 동참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협의체 출범에 대해 "정부와 여당 모두 심기일전해 국민 편에서 다시 뛰자"며 "야당과 나머지 의료계도 조속히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실은 전날 오후 4시20분경 메일을 통해 참석 공문 요청을 보냈습니다. 공문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유·무선 연락조차 없었다는 것이 의원실의 설명입니다. 
 
의원실은 이어 "정부 측 인사에 대한 참석은 이미 지난주 요청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음 날 아침 8시 일정을 전날 오후에 메일로만 요청하는 것은 참석하지 않길 바라고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박주민 의원 측은 "그동안 민주당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는 정부 입장 변화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기조도 이와 같습니다. '의료계의 추가 참여'와 '정부의 태도 변화'가 향후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이라는 건데요.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와 의대교수들이 빠진 상태의 협의체에 국민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비판이 있는 것 같다"면서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에서 발족시킨 비상대책위원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면서 의료대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요. 당시 이 대표는 2025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촉구했습니다. 
 
한편,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 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라"고 직격했는데요. 이날 한 대표가 의료계 참석자들을 두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KAMC가 구심점이 돼 의료계의 요구 사항들을 모으고 소통하고 협의체를 통해 풀어가려 한다"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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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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