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제주항공·애경그룹 '최대위기'…LCC 기피 '우려'

사고 후 이틀 동안 6만8000여건 예약 취소
"무서워서 못 타겠다"…LCC 불안감 급고조
애경, 가습기 살균제 이어 신뢰도 재타격

입력 : 2025-01-01 오후 3:37:4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박혜정 인턴기자] 국내 3위 민간 항공사인 제주항공(089590)이 설립 19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난달 29일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입니다. 이튿날에는 사고기와 동일 기종에서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을 결정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무더기 예약 취소 행렬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승객들은 기피 현상은 저비용 항공사(LCC)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모그룹인 애경이 예전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라는 점이 재조명되면서 불매운동 조짐도 번지고 있습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왼쪽부터)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1일 제주항공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 직후인 12월29일 오전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제주항공의 항공권 취소 건수는 6만8000여건에 달했습니다. 국제선이 3만4000여건, 국내선이 3만3000여 건입니다. 이후로도 평소보다 많은 수준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더기 예약 취소는 승객들의 불안감에 기인합니다.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주항공의 정비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왔음이 알려진 까닭입니다. 더욱이 참사 다음날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B737-800' 제주행 항공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기피 현상이 가중됐습니다. 랜딩기어 미작동은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제주항공, B737-800 보유 비율 가장 높아
 
B737-800 기종은 국내 LCC가 주로 사용하는 항공기인데요. 국내에서 운항 중인 101대 중 대한항공이 보유한 2대를 제외하면 모두 LCC 소속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주항공의 보유 비율이 특히 높습니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총 41대 항공기 중 39대(95%)가 B737-800입니다. 나머지 두 대는 B737-800의 최신 기종인 B737-8입니다. 진에어(272450)는 총 31대 중 19대(61%), 티웨이항공(091810)은 38대 중 27대(71%), 이스타항공은 15대 중 10대(67%)가 B737-800 기종입니다. 에어인천은 보유 항공기 4대가 모두 해당 기종입니다.
 
 
이런 탓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LCC를 선택하기 꺼려진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에 대한 불안감이 업계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온라인 상에는 "앞으로는 저가 항공은 못 탈 것 같다", "저가 항공 위험성에 대한 소문들이 무성해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이 든다" 등의 의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참사가 제주항공은 물론 LCC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해서 "운행 피로도가 높으면 아무래도 안전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대형항공사와 LCC 간 소비자 선택 허들이 높지 않았는데 참사가 났으니 당분간 LCC 선택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캐시카우 위기에 모기업도 '휘청'
 
제주항공의 이번 참사는 모기업인 애경그룹도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지분 50.3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1조4854억원, 영업이익 1202억원을 달성했는데요. 이는 기존 그룹 핵심 사업이던 애경케미칼의 영업이익 177억원을 월등히 상회합니다. 
 
AK홀딩스는 2022년 9월 제주항공 보통주 830만5648주를 기초자산으로 1300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등 그룹의 자금줄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제주항공이 흔들리면 그룹의 존립이 위태로운 것입니다. 애경그룹도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일 저녁 장영신 회장은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이번 사고로 많은 분들이 겪고 계신 슬픔과 고통에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만 대중들의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경산업이 연루된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 끌어들이며 애경그룹 브랜드 불매 운동 조짐도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고로 (제주항공)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이미지 회복 관련해서는 마케팅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최소한 1년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박혜정 인턴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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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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