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내각 구성에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취임까지 약 2달이 남았지만 조기에 '2기 행정부' 틀을 잡았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자신의 정책 기조에 반기를 든 인사들은 이번 인선에서 배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집권 2기 인선 키워드는 '충성파'와 '보수강경파'(매파)로 정리됩니다. 특히 대선 기간 핵심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발탁, 행정부 새판 짜기에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외교·안보 라인 '반중 매파'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일주일 만에 주요 참모진을 속속 발표하며 2기 진용의 퍼즐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선언 다음 날인 7일 대선 정책과 선거운동 운영을 총괄한 수지 와일스 공화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습니다. 와일스는 2015년부터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했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지만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공개했는데요. 집권 1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든 인사들은 배제했습니다.
그는 외교·안보 '투톱'에 '반중 매파'로 꼽히는 인물들을 등용하며 확고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 대한 더 강경한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고위 국가 안보 기관 운영을 조정하는 국가안보보좌관에 반중 매파인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을 낙점했습니다. 왈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속한 유럽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짚기도 했으며,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인물입니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외교통'이자 '힘에 의한 정책'을 강조하는 대표적 강경파 인사입니다. 그는 비개입주의 성향의 외교노선을 추구하는 트럼프 당선인과도 유사한 성향을 가졌습니다.
루비오 의원은 북한·중국·러시아·이란 등 4개국 관련 자본의 미군 기지 인근 부동산 거래 제안 입법을 추진했으며, 대중국 제재 움직임의 '고정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라인의 또 다른 축인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는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 의원이 발탁됐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엘리스는 매우 강하고 터프하며 똑똑한 '미국 우선주의'의 투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터파닉 의원은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사기'와 선거 패배 불복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충성파입니다.
외교·안보 핵심 요직에 정치인을 중용한 것도 주목되는데요. 현직 의원을 통해 상원 인준 절차를 수월하게 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충실히 관철할 인사들을 발탁한 겁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 정책을 총괄할 '국경 차르'에 톰 호먼을 지명했습니다. 호먼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으로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설계한 인물입니다. 국토안보장관에는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 대표적인 측근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내정했습니다. 그는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도 충성파로 채웠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 참석해 트럼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머스크, 트럼프 '최측근' 등극…대규모 칼질 예고
트럼프 2기에서 화제의 인물은 머스크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며, 낭비적 지출을 줄이고 연방 기관을 재구성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머스크와 자신의 최측근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정부효율부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효율부는 기존 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며, 연방 기관들의 구조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미국 연방정부에 대한 총체적 개혁에 나서는 셈입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공식 지지하며 1500억원이 넘는 선거 자금을 지원한 바 있는데요.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와 통화할 때도 배석했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 재집권 시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최소 2771조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미 연방정부 지출액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가 테슬라 등 자신의 회사에서 1만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방 정부·기관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수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