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결국 한동훈 국민의힘이 대표가 '특검' 대신 '특감'(특별감찰관)을 추진합니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결국 차별화에 실패한 모습인데요. 연거푸 자기 말을 뒤집은 탓에, 한 대표의 대권가도는 '험로'가 될 전망입니다.
APEC 정상회의(페루)와 G20 정상회의(브라질) 참석차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비서실장 등의 환송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갈등 끝 결과물 '특감'
국민의힘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감 추진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북한인권재단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를 '당론' 채택했습니다. 특감 추천 절차는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는데요. 특감·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연계하지 않되, 법률 개정을 통해 국회가 이사를 반드시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날 결정은 표결 없이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안해, 소속 의원들의 박수로 추인받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특감 추진을 두고, 반대 의사 표명은 없었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한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해, 관련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는 기자들과 만나 "생산적인 토론을 거쳐, 특감을 조건 없이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뜻을 모았다"며 "그동안 '특감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러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오늘처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평했습니다.
한 대표는 '특감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특감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중에서, 특감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더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특감은 별거 아니고, 특감 갖고 안 된다'고 얘기한다"며 "그럼 당신들은 왜 별것이 아닌 특감을 지난 5년 동안 하지 않았냐고, 민주당에 묻고 싶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특감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그 문제는 민주당에서 별도로 판단할 것"이라며 공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특감 추천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특감 추천의 전제조건으로 '김건희 특검법 합의'를 못 박은 상태인데요. 결국 국민의힘은 '합의해 주지 않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는 수순입니다.
사실상 '김건희 해법' 전무
사실상 한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에 굴복한 모양새입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의혹도 '불기소'했습니다. 여기에 명태균 씨 관련 논란이 더해지며 김 여사에 문제는 폭발했는데요. 이에 민주당은 '공천개입 의혹'을 포함한 3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내놨고, 한 대표는 '김 여사 활동 중단' 내용을 담은 3대 요구안을 발표하며 대통령실을 정면 압박했습니다.
당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있는데, 김 여사 관련 발언은 너무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민심을 정확히 전달·반영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당대표의 임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도 "여론 상황이 악화하면 앞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더 막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고, 그 이후 여당 일각에서도 '독소조항을 제거한 특검법이라면 추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기준으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요구를 일부 수용하자 '쇄신 계기가 마련됐다'며 보수 결집에 나서고 있는 건데요. 이를 두고 '특검법 수정안 논의가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경우, 부담이 크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
한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제3자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이 약속 역시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당내 세력이 약한 한 대표는 '지지율' 외엔 의지할 데가 없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모습입니다. 나날이 증폭되는 '김 여사 의혹'에 한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1월5~7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무선전화면접 100%·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한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29%)에 이어 2위(14%)를 차지했습니다. 한 대표는 이 대표보다 15%포인트 뒤지는데, 지난 7월만 해도 이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지율은 '주춤' 또는 '내림세'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