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정이 위기를 맞았지만 집권당은 집안싸움에 한창입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재점화한 건데요. 한 대표의 '쇄신 요구'에 숨죽이던 친윤(친윤석열)계가 공세에 나서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윤 "당무감사"…친한 "야당 좋아하는 분열상"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당원게시판 논란'에 당무감사를 실시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한 대표 가족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을 썼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친윤계, "당원 개인정보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친한(친한동훈)계가 맞선 겁니다.
이 자리에서 친윤계 조정훈 의원은 "대통령을 향한 극단적 발언은 해당 행위"라며 "당이 선제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또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정당법 등에 따라 당원 신상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발언하자, 친윤 핵심인 정점식 의원은 "당원 여부를 확인하는 건,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승규 의원, 중립 성향의 김미애 의원 등도 당무감사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갑론을박이 긴 시간 이어지자, 한 대표는 의총장을 떠났는데요.
한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요 사안이 많은데,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이 논란과 관련해 가족에게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당내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가족이 글을 작성했는지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친한계는 '해당 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시민단체 관련 고발이 이뤄진 만큼 경찰 수사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단일대오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논란이 확산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장외 여론전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윤(윤 대통령)·한(한 대표) 갈등이 친윤·친한계 대리전으로 펼쳐지는 모습입니다.
고작 '당원 게시판'에…다시 등 돌린 친윤·친한
이 논란은 지난 5일 한 보수 유튜버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대표와 가족의 이름으로 당원게시판 글을 검색하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 수백 개가 검색된다는 내용입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한OO' 식으로 글을 쓴 사람의 성만 노출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시스템상 오류로, 게시물을 검색할 때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검색하면 이 이름을 가진 작성자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겁니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은 대부분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됐는데, 여기엔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해" 같은 원색적 비난이 담겼습니다. 가족과 동명으로 올라온 글은 대체로 한 대표에게 우호적이거나,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기사·사설·칼럼의 인터넷 링크가 달렸습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 친윤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이 논란을 키웠는데요. "한 대표 가족이 흔치 않은 이름을 가졌는데, 이 이름으로 글을 쓴 작성자가 모두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주장입니다.
이후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 등 친윤계 지도부가 이 문제를 공개 언급했고, 당의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할 것을 당부했는데요. 친윤계가 본격적인 한 대표 견제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당내 사안은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보수 시민단체가 비방글 작성자를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결국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이런 문제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내년 1월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2년여 만에 최고치(종가 기준 1403.5원)를 기록했고, 증시는 출렁이고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