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합니다. 특히 양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AI(인공지능)와 관련,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해외 빅테크에 규제 완화 기대감이 이는 것과 달리, 국내는 플랫폼을 향한 정부·국회의 규제 움직임 등이 암초로 작용 중입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의 현재 상황과 과제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NAVER(035420))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훨훨 날았습니다
. 네이버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2조
715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2% 증가한
5253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 영업이익률은 무려
19.3%에 달합니다
.
네이버와 비교하면 다소 저조하긴 하지만
카카오(035720)도 총수 구속이라는 최대 위기 상황 속에서
3분기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 카카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
921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 증가한
13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 영업이익률은
6.8%로 나타났습니다
.
그럼에도 양사의 주가 흐름은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1주당 46만5000원이라는 최고가를 찍은 뒤 줄곧 하향세인데요. 기간을 올해로 압축해 봐도 지난 1월 23만5000원선이던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 19만3000원로 약 18%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지난 8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카카오의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카카오의 주가도 지난 2021년 17만3000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림세인데요. 올해 1월 6만1900원에서 현재 3만6250원으로 약 41%로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는 ‘미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시선이 깔려 있는데요. 양사 모두 AI를 미래 먹거리로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성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11일 열린 자체 개발자 컨퍼런스 '단 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3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성장 분석이 나오고는 있지만, AI를 통한 수익화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습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하이퍼클로바X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기대했던 B2B 부문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반면 주력 사업인 검색서비스에서 경쟁 AI 검색이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달 22일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4'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지난달 공개한 대화형 AI 플랫폼 ‘카나나’의 흥행 여부가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시장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기존 채팅 플랫폼인 카카오톡 내에서 채팅은 충분히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톡 이용과 동시에 AI 기능이 추가된 신규 채팅 플랫폼의 추가 이용의 확실한 소구점 제시가 필요하다”라며 “신규 서비스의 안착과 향후 실적 기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AI 투자액 격차 커…글로벌 경쟁도 ‘난망’
매출 규모에 따른 투자 비용의 격차로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기술 경쟁도 쉽지 않습니다. 올해 3분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AI 투자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CAPEX)은 130억달러(약 18조2500억원)에 달하는데요. 메타는 같은 기간 82억5800만달러(약 11조5700억원)를 썼습니다.
반면, 카카오의 3분기 자본적 지출 규모는 902억원입니다. 네이버는 분기 기준 자본적 지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지난해 연간 기준 자본적 지출은 매출 대비 7% 수준으로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올해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는데요. 이를 단순 계산하면 네이버의 분기 평균 자본적 지출은 1500억~2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R&D(연구개발비) 비용 역시 격차가 큽니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으로 1조3620억원을 지출했는데요. 매출액 대비 17.4% 비중입니다. 카카오는 매출액 대비 16.4%인 9720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362억1000만달러(약 50조9000억원·14%) 메타는 316억9300만달러(약 44조5000억원·27%)에 달하는 금액을 R&D에 투자했는데요. 이를 종합하면 국내 양대 플랫폼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등 기술 투자 관련 비용 규모 차가 상당히 큰 상태입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등 AI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AI랑 클라우드에 집중하겠다고 한다면 주 경쟁상대는 아마존이나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된다”라며 “글로벌 빅테크와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라인에서 이미 보여주기도 했는데, 검색과 강점을 갖고 있는 비즈니스로 글로벌에 진출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라며 “카카오의 경우는 AI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홍 교수는 AI 원천 기술 개발과 관련해 정부에 떠밀리듯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국가가 전략적으로 생성형 AI 등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주주의 돈을 써서 민간 기업이 할 것이 아닌,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홍 교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 주주에게 최대의 수익을 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규제’ 움직임은 여전한 ‘암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촉진법이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바뀌면서 플랫폼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국회발 강한 규제 의지는 여전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규제 법안은 현재 총 16건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의 플랫폼을 규제하는 등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포함될 것이 유력시됩니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가 포진해 있는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규제 완화 훈풍 기대감이 불고 있는데요. 규제 완화 기조의 미국과 규제 강화 움직임의 한국의 상반된 움직임으로 가뜩이나 차이가 벌어져 있는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빅테크와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비규제, 인수합병(M&A)에 있어서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런 것들이 최근 우리 입장에서는 반대되는 플랫폼 규제 상황과 맞물릴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보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