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난관에 부딪힌 내항선사…선박금융 '숨통'

"연안해운 생태계, 존립자체의 절박함"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 숨통 트여
여수~거문도 항로 여객선 '하멜호' 대표적
"머리 맞대 좀 더 좋은 지원방안 내놓을 것"

입력 : 2024-11-25 오후 4:20:2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안해운 업계의 생태계가 마를 수밖에 없고 존립 자체가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수의 연안해운 현장을 방문할 당시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 건넨 토로입니다. 현재 대다수 내항선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신용등급을 매기지 못할 정도로 선박 관련 사업 자금 확보에 대한 문턱은 높았습니다.
 
 
여수~거문도 운항 초쾌속선 '하멜호' (사진=해양진흥공사)
 
중소선사 '숨통'…그리고 '하멜호'
 
해양진흥공사가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인 선박금융 지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해진공의 중소선사 특별지원은 선박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소선사의 실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2년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최근 성과 사례로는 여수~거문도 항로의 최신식 초쾌속 여객선인 하멜호가 꼽힙니다. 지난 7월5일 여수시 엑스포 해양공원에서 취항한 하멜호를 놓고 세간에서는 제대로 된 운항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 여수시 삼산면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발이 된 상황입니다. 10년 전 2척으로 운항하던 여수~거문도 항로는 노후선 1척만 겨우 운행할 정도였습니다. 선박 노후화로 인해 결항도 잦다 보니 거문도 섬 주민들의 불편이 컸습니다.
 
여수시 삼산면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 씨는 "기존에 여수시에 나가려면 선박이 결항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했고 돌아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배를 타러 나오니 섬 주민의 생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멜호가 투입되기 전까지 거문도로 돌아가려면 새벽 5시 여수 출발 셔틀을 타고 고흥 녹동항 출항 선박에 몸을 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590톤 하멜호는 워터젯 4기를 장착하는 등 최대 속도가 42노트(시속 약 80km)를 자랑합니다. 기존 3시간이 넘는 항해 시간이 약 2시간으로 단축된 겁니다. 승객 정원도 기존보다 많은 423명으로 도서민의 정주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케이티마린 측 관계자는 "네덜란드는 여객선 기술력이 높은 곳이다. 하멜호를 네덜란드 다멘조선소가 건조했지만 건조·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고민이었다"며 "하멜호의 건조 비용 80%가량을 해진공이 지원했다. 선박금융으로 도서민 교통권 확보와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중소·연안선사 지원사업. (출처=한국해양진흥공사)
 
섬 교통권만 아냐…'K-관광섬'
 
하멜호에 대한 선박금융 지원은 단순히 도서민 교통권 확보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거문도에서 백도를 유람할 수 있는 유람선 취항까지 'K-관광섬'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겁니다.
 
현장 관계자는 "170명의 관광객이 승선할 수 있는 유람선으로 하루 3회 왕복하는 등 지역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며 "거문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K-관광섬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여수시가 추진 중인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전국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채익 이사장은 "케이티마린 내항선사 최초로 중소선사 프로그램 통해 쾌속 하멜호 건조한 건 내항 업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며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하멜호를 승선해봤고 뜨거운 감회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대부분 내항선사는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프로그램이 내항선사에게 긴요한 역할과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면서 "두 달 정도 하면서 느끼는 건 '너무 어렵다' 이대로 가면 연안업계 생태계가 마를 수밖에 없고 존립 자체가 제대로 지탱이 되겠냐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연안 발전을 위해서는 내항선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2200여 해운사(여객선·화물선·유조선 포함 회원사 규모)들의 간절한 부탁"이라며 "내항선사의 어려운 상황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올해부터 연안선사까지 지원범위가 확대되도록 했다. 사업 규모도 기존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크게 확대한 바 있다"며 "또 선박 확보 시 선사의 자금 부담이 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이자 지원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 사장은 "다양한 지원방안에 더해 연안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좀 더 좋은 지원방안을 내놓기 위한 시작을 하고자 한다"며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연안선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더욱 발굴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해진공과 해운조합은 연안해운산업 발전 지원을 위한 상호 협력 및 교류 증진 등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사진 왼쪽부터)과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 지난 21일 여수시 베네치아호텔에서 연안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

 
여수=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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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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